블라인드 심사에 ‘비밀 표식’…공공건물 94곳 입찰 담합 적발
[앵커]
LH와 조달청이 발주한 공사 감리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심사위원들을 뇌물로 매수하고, 특정 업체를 알아볼 수 있게 '비밀 표식'을 제안서에 숨겨 높은 점수를 주게 했습니다.
이재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조달청이 발주한 공공 건물 감리 입찰에서 담합을 한 업체들이 대거 적발됐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감리업체 17곳과 관계자 19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 경기도와 울산 등지의 공공·임대 아파트와 병원, 경찰서 등 공사 감리 입찰에서 담합이 적발됐는데,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94건, 약 5천7백40억 원 규모입니다.
검찰은 감리업체들이 낙찰자를 미리 정해놓고 용역을 나눠 가진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또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달라면서 한 사람당 3백만 원에서 8천만 원까지 금품을 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심사는 업체명을 가리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점수를 줄 업체를 알 수 있게 제안서에 특정 표식을 남겼습니다.
뇌물을 받은 심사위원 18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일해서 돈 버는 시대는 지나갔다" "심사해서 돈 벌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김용식/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 : "공공 건물 건축 비용이 불법적인 로비 자금으로 이용됐고, 그 결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감리의 부실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검찰은 저가 낙찰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종합심사낙찰제도'가 심사위원 로비로 변질됐다며 유관기관과 개선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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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기자 (lee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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