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없으면 밥 못 먹지"…한국인들 흔한 '이 암' 예방하려면

정심교 기자 2024. 7. 3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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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이상원 경산중앙병원 소화기센터장이 여성환자의 위를 검사하기 위해 내시경 기구를 구강으로 넣고 있다. /사진=경산중앙병원

위암은 대장암과 함께 한국인에게 흔한 암으로 꼽힌다.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매년 위암 환자가 2만9000명가량 발생한다. 특히 남성 환자의 경우 위암은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병한다.

한국인에게 위암이 발병하는 큰 원인으로 국물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이 지목된다. '국물이 없으면 밥이 안 넘어간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한식에서 국물 음식의 비중은 의외로 높은데, 대체로 짠맛이 강해 위 건강엔 해롭다. 위점막을 자극해 염증을 유발하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과 결합해 위암 발생 확률을 높여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자체도 위암 발병률을 높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위산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위암을 일으키는 발암 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이 균에 감염된 사람과 찌개류에 숟가락을 같이 담갔다 먹을 때 균에 옮을 수 있다. 이상원 경산중앙병원 소화기센터장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생 가능성이 2배가량 높다"며 "짠 음식, 탄 음식, 햄, 소시지, 베이컨 같은 가공육도 발암 위험을 높일 수 있는 화합물을 만들어내므로 섭취를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가족력도 위암의 중요한 요소다. 그는 "위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유전적 요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식습관 공유 등으로 인해 위암 발생률이 2~3.4배 높다"고 경고했다. 잦은 음주와 흡연도 위암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이런 습관·요인을 갖고 있다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권고된다. 위내시경 검사는 겉으로 볼 수 없는 위 내부 점막 상태를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다. 정기검진을 챙겨 받는 것만으로도 위암을 막거나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초기 증상이 없는 위암'을 발견하는 데 유리하다.

위내시경을 통한 위암 예방, 조기 발견 효과는 적잖다. 이상원 센터장은 "위암은 1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치료 효과가 뛰어나고, 환자 생존율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는 4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국가암검진 사업을 통해 위내시경이나 대장암 검사를 적극적으로 권고한다. 하지만 구강을 통해 내시경 장비를 삽입하는 과정이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검사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때 검사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센터장은 "불편하다고 여길 게 아니라 제때 내시경 검사를 받는 습관을 들여야 위장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암을 초기에 발견한 조기위암의 경우 수술하지 않고 내시경으로 치료하는 비수술적 위암 치료도 가능하다. 경산중앙병원의 경우 치료 내시경 'EMR(Endoscopic Mucosal Resection)'과 'ESD(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를 도입해 초기 위암 치료에 나서고 있다.

EMR은 위 점막층에 국한된 작은 병변을 제거하는 '치료 내시경'이다. 병변 하부 점막하층에 액체를 주입해 병변을 부풀리고, 병변을 고리 형태의 기구로 잘라 제거한다. ESD는 크기가 큰 위 선종, 조기위암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방법으로 제거할 병변을 점막에서 분리한 다음 내시경 절개도를 이용해 점막하층을 확인하면서 병변을 박리해 안전하게 없앨 수 있다.

이 센터장은 "EMR·ESD 두 시술은 외과적 위 절제 수술과 달리 내시경과 동시에 이뤄지는 비수술적 치료로, 회복 기간이 짧고 위장 기능을 보존할 수 있어 시술 후 환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권고하는 한국 성인의 일일 나트륨 권장 섭취량은 2000㎎이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육개장 등 한국의 전통적인 국물 요리는 염분 함량이 높다. 김치찌개의 경우 400g 기준으로 나트륨 함량이 약 1962.14㎎ 수준이다. 된장찌개도 200g 기준으로 나트륨 함량이 약 1400㎎이 포함됐다. 일반적으로 육개장 1인분(약 500g)의 나트륨 함량은 1500㎎ 이상으로 추정된다. 위암을 예방하려면 국물보다 건더기 위주로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가족력이 없고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40대 이후부터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충분하다. 하지만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위험 요인이 많은 경우, 10대 시절부터 위장질환을 자주 앓은 경우라면 더 이른 나이에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센터장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위내시경 검사 주기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주기를 찾아 검사받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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