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파리의 목조 대공간 건축물

2024. 7.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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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

파리는 1900년 제2회 올림픽과 1924년 제8회 올림픽에 이어 100년 만에 세 번째 올림픽을 개최하는 도시다. 올림픽 개최 시마다 환경 파괴 문제가 항상 거론돼 왔다. 경기장과 선수촌 등의 대규모 건설로 인해 환경 파괴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파리 올림픽은 달랐다. 프랑스 정부는 2050년을 탄소중립의 해로 선포하고, 이번 올림픽을 통해 자원 순환과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삼아 전 세계에 친환경 건축 기술을 선보였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95%의 경기장이 기존 시설을 재사용하거나 관광지를 활용해 축구는 90년 역사의 마르세유, 펜싱과 태권도는 1900년에 건축된 그랑팔레에서 경기를 한다. 올림픽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개막식인데 세느강을 이용한 개막식은 과히 허를 찌르는 아이디어였다. 2개의 신축 건물도 50% 이상을 목재로 지어 탄소 배출을 줄였다.

파리 북부 생드니 지역의 아쿠아틱 센터는 목조 건축의 기술 혁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90m에 달하는 넓은 공간을 기둥 없이 목조로 지지하는 이 경기장은 20개의 경사진 매스팀버(여러 층의 목재를 압축한 대형 목재 패널)를 활용해 건설됐다. 기둥 위의 목조 트러스는 90m 길이의 현수선 모양의 목재와 연결된다. 이것은 OSC(Off-Site Construction) 시공기술을 사용해 공장에서 사전 제작된 270개의 부품을 현장에서 30m씩 세 부분으로 나누어 조립함으로써 건설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등을 최소화해 환경친화적인 건축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파리 올림픽은 목재의 구조적 강도와 미적 가치를 극대화해 친환경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경기장 건설에 사용된 목재는 2700입방m에 달하며, 약 800톤의 하중을 지지한다. 글루램(Glulam)이라는 적층식 접착 목재를 활용해 90m 길이의 현수교 형태로 지붕을 만들었다. 이는 마치 미국의 금문교와 같은 원리로, 기둥 없이 넓은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 혁신적인 구조이다. 또한, 비정형의 곡면 지붕은 난방, 공기 흐름, 습도 조절과 관련된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혁신적인 설계 기술이 적용됐다. 지붕의 약 사분의 일 이상은 태양광 패널로 덮어 건물 전체에 전력을 공급하며, 빗물을 수집해 수영장 물로 재사용하고, 도심의 열을 회수해 수온을 유지한다. 경기장 3면의 5000여 관람석은 재활용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만들어졌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건설 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37%를 차지한다. 따라서 건축 환경 에너지 절감, 전력의 탈탄소화, 탄소 순환 자재 사용이 탄소 배출량 감축에 핵심적인 전략이다. 우리는 에너지 절감과 전력의 탈탄소화는 제로 에너지 빌딩과 재생 에너지 사용으로 어느 정도 기술 수준에 도달했지만, 목재 등을 사용한 탄소 순환 자재 사용은 아직 미흡하다. 스웨덴은 2021년에 트리베카라는 20층 높이의 목조 아파트를 건설해 목조 고층 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일본은 1997년에 세계 최대 규모인 178m의 오다테돔을 건설해 목조 건축 기술력을 세계에 알렸다. 당시 최대였던 163m의 미국의 슈페리어돔을 앞지른 기술력이었다. 미국,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80개 이상의 대공간 목조 건축물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2022년 건축된 28.6m의 금관총 지붕 건축물이 유일하다.

2009년 캐나다 목재우선법, 2010년 일본의 공공건축물의 목재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2011년 영국의 BES6001, 2017년 미국의 목재혁신법, 2021년 프랑스 지속가능성법을 통해 우선 공공건축물에 목재를 의무사용 또는 우선 사용을 법제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3년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으나 국산목재를 적극적으로 건축에 활용할 수 있는 촉진제도로서는 미약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목조 건축 강국이다. 백제의 승려 혜총과 함께 간 기술자들이 건축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31.5m 일본 법륭사 5층 목탑과 몽골의 침략으로 불타버린 황룡사 9층 목탑은 남아있는 65개의 주춧돌의 크기로 학자들은 80m 이상의 높이가 입증한다.

파리 올림픽은 친환경 건축의 미래를 제시하고 목조 건축 기술을 자랑한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우리도 목조 대공간 건축물을 건축할 시기다. 나무가 주는 포근함과 생명력에 친환경 기술이 어우러진 목조 대공간 건축물에서 프로야구가 보는 날을 상상해 본다. 목조 건축을 통한 새로운 지속 가능한 미래에 이젠 우리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때이다. 이승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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