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IRA' 없던 일?… 韓 자동차·배터리 '날벼락'

최유빈 기자 2024. 7. 3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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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덮친 '트럼프 리스크'] ② 바이든 'IRA' 혜택 노리고 대규모 투자한 韓 기업 발등에 불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경제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연말 예정된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집권 시절 극단적인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던 인물로 재집권 시 다시 보호 무역주의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산업계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이란 관측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2024' 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로 미국 대선 판도가 바뀌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트럼프 리스크'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축소·폐지를 공언하는 등 전기차 전환에 반대 의사를 지속해서 드러내고 있어서다. 국내 업계는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자동차 100%를 전기차로 할 수는 없다"IRA 축소될까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 축소 가능성을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지난달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바이든 행정부)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엄청난 양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100%를 전기차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 시절 IRA 보조금 혜택을 노리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한국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현대차그룹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올해 10월 생산에 돌입한다. 해당 공장은 연 30만대의 전기차를 제조할 수 있으며 아이오닉5 등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대선 흐름과 전기차 판매 둔화에 따라 전략을 수정할 방침이다. HMGMA에서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차도 함께 생산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꾼 것이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CFO)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트럼프 후보가 집권하면 보편적 관세 부과, IRA 폐지 또는 축소, 친환경 규제 완화 등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대선이 미칠 파급효과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IRA 지원 규모가 축소되면 하이브리드차 판매 물량을 대폭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초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과 현대차그룹 해외 담당 업무 임원들이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당초 우려와 달리 IRA '폐지'가 아닌 '지원 축소'로 정책 가닥이 잡힐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북미 공장이 세워진 곳 다수가 공화당 우세지역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6개주(미시간·온타리오·오하이오·테네시·조지아·애리조나)에, SK온은 3개주(조지아·테네시·켄터키)에, 삼성SDI는 2개주(인디애나·미시간)에 공장을 설립 또는 운영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선거 우세 지역을 고려할 때 트럼프 정권이 재집권하더라도 IRA를 전면 폐기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보조금 축소 또는 지원 조건 상향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돼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IRA만 믿었는데"K-배터리 대응책 마련 고심


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전지.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이 축소될 경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의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한국 배터리 산업 리스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IRA가 한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시장 판매량을 최대 26%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 시장 침체로 배터리 산업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에 빠지면서 AMPC는 한국 배터리 기업의 실적 방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1573억원, 2분기 4478억원의 AMPC 혜택을 받았다. 2분기는 AMPC를 제외하면 영업손실 2525억원으로 사실상 적자다.

AMPC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IRA 정책 변경으로 투자 계획을 추가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내 업계는 전기차 캐즘으로 사업 일정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5일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싱글(4~6%) 성장에서 '20% 이상 감소'로 정정했다. 연간 매출 목표를 '역성장'으로 잡은 것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는 IRA 세액 공제 예상 수혜 규모가 45~50기가와트시(GWh)에서 30~35GWh로 축소된 데 따른 조치다.

포스코그룹도 배터리 소재 생산 계획을 수정했다. 양극재 생산 목표는▲2025년 39만5000톤→34만5000톤 ▲2026년 44만5000톤→39만5000톤으로 낮췄다. 음극재는 ▲2025년 13만4000톤→9만4000톤 ▲2026년 22만1000톤→11만4000톤으로 줄이기로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으로 투자·생산 계획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트럼프 정권이 재집권한다면 또다시 계획을 변경해야 할 수 있다"며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인 만큼 투자 방향성은 유지할 방침이지만 속도 조절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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