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사업 성장으로 이룬 '대우건설 인수', 건설 PF 위기 직면

김노향 기자 2024. 7. 3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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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중흥 2세' 정원주의 대우건설 1년(1)] 중흥-대우 M&A 전후 고금리 도래
해외 수주 등 성과에도 주택건축 매출 비중 계속 늘어… '미분양 손실' 골칫거리
[편집자주] 지역 주택사업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중흥그룹이 시공능력 3위(2023년 기준) 대우건설의 인수·합병(M&A) 3년째를 맞았다. 중흥 2세 정원주 회장은 지난 6월 대우건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지 1주년이 됐다. 운이 나쁘게도 인수 작업이 진행되던 2021년 하반기에 고금리 시기가 도래하며 국내 주택시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우건설은 인프라 공공공사와 플랜트, 해외 원전 등 비주택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국내 주택사업 비율이 지속해서 상승했다. 미분양 손실과 해외 장기 프로젝트의 수익 발생 시점이 미뤄지며 정 회장이 취임 1년 만에 받아든 실적은 아쉬움이 남았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3년 동안 대우건설의 주택건축 매출 비율이 지속해서 상승했다. 이는 고금리 시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 을지로 본사 사옥 /사진 제공=대우건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취임 1년째 활발한 경제외교와 신도시 수출사업의 성과를 거뒀지만 실적에선 고전하고 있다. 실적 하락의 최대 원인은 주택사업 미분양으로 지목된다.

중흥그룹 창업자이자 정 회장의 부친인 정창선 회장은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성장시켜 2조원대 대우건설 인수·합병(M&A)의 기반을 이뤘다. 직접 시행을 담당하는 자체 개발사업은 높은 분양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경기침체시 대규모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정창선 회장은 2021년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며 글로벌 건설사업 다각화의 비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대우건설의 주택건축 매출 비율은 지속해서 상승했고, 이는 고금리 시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돌아왔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에 금리 인하가 예상됨에 따라 경기 침체가 차츰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우건설은 당분간 실적 하락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자체사업 분양 실패에 손실 늘어


대우건설은 최근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동 '블랑써밋74'(998가구) 분양에서 1순위 청약 총 7개 타입 가운데 전용 94㎡A(5.23대 1) 247㎡A(6.00대 1)를 제외하고 미달 사태를 맞았다. 블랑써밋74의 3.3㎡(평)당 분양가는 약 3100만원 수준이었다.

2·3순위 청약률도 저조하자 대우건설은 일부 세대를 대상으로 입주 10개월 전 계약자의 희망에 따라 위약금 없는 계약 해지 조건을 제시했다. 개별 단지의 미분양률을 조사하는 지자체는 지난 24일 블랑써밋74의 계약일이 종료됨에 따라 이달 말인 31일 미분양 수를 집계해 오는 9월 초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기준 부산의 미분양 주택 수는 5205가구로 아파트 공사가 완료된 후에도 계약자를 찾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이 1402가구에 달했다.

블랑써밋74는 대우건설이 시행·시공을 담당한 자체사업으로 미분양 손실마저 감당해야 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재 미분양 사업장 중에 자체사업은 블랑써밋74만이 있다"면서 "초기 분양률이 예상보다 높고 계약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공급과잉으로 미분양 폭탄이 발생한 대구 사업장도 대우건설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대구는 비수도권 가운데 미분양 규모가 최대로 6월 말 기준 9738가구다. 대우건설은 대구에서 '용계역 푸르지오 아츠베르 1단지'(745가구) '달서 푸르지오 시그니처'(993가구)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794가구) '반고개역 푸르지오'(240가구) 등을 분양했다.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은 ▲2020년 12월 61가구 ▲2021년 12월 126가구 ▲2022년 12월 281가구 ▲2023년 12월 1044가구 ▲2024년 5월 1506가구 ▲2024년 6월 1635가구 등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준공 후 미분양은 시공사에 미수금 발생의 위험이 있다.

공사비를 제때 회수하지 못한 경우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대우건설의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3848억원(연결기준)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시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미수금 일부를 선반영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대우건설의 대구 미분양 규모를 약 1400가구로 추정했다. 유안타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대구 일반분양 수 3790가구 가운데 지역별 평균 분양률을 적용시 1400가구 안팎으로 추정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2019년 8월 이후 대구에서 가장 많은 분양 물량을 보유한 건설업체는 대우건설(3839가구) 현대건설(2955가구) GS건설(2441가구) 순이다. 대우건설의 미분양 물량은 현대건설(1864가구) 다음으로 많은 1707가구에 달했다.


원가율 상승에도 주택사업 더 늘어


그래픽=김은옥 기자
대우건설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건축 매출 비율은 2022년 61.0%에서 2023년 61.9%, 올 1분기에는 64.2%로 지속해서 늘었다. 대우건설은 주택건축 사업부문의 원가율 상승과 베트남 신도시 개발 업무를 담당한 THT법인 실적 증가의 기저효과로 1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대손상각비 반영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손상각비는 회수가 불확실한 매출채권 등을 장부에 반영하는 것이다. 대손상각비는 회계상 판매관리비로 반영돼 영업비용이 증가한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말 11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 설정했다. 올해 1분기에도 대손충당금 규모는 유지돼 매출채권 및 기타수취채권의 대손충당금이 전년 동기(6118억원) 대비 1400억원가량 증가한 7521억원으로 나타났다. 대우건설의 채무인수약정 책임준공사업은 도급금액 29조2825억원, 약정금액 16조6492억원이다. 대출잔액은 12조4117억원이다.

기타사업 PF 우발채무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서울 노들역 재개발사업은 조합원과 소송으로 10년째 표류했다. 지역주택사업 조합의 PF 대출 미상환 사태로 토지가 매각돼 대우건설은 6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소송 완료시 본PF 전환이 예상됨에 따라 대우건설은 시행사의 채무 3200억원에 대해 내년 12월까지 신용보강을 연장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달 준공을 완료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 AK 푸르지오'의 미분양분에 대해서도 인수 약정을 맺었다. 2021년 분양을 개시한 해당 단지는 준공 후 3개월이 경과한 날까지 미분양분이 있을 경우 도급금액 한도에서 최초 분양가로 인수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서울 신길과 원주, 대전 등에서 미분양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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