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직격탄 맞은 K-배터리, 일단 '버티기'…투자 줄이고 내실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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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가 줄줄이 투자 계획을 연기하고 있다.
신규 공장 확장 속도 조절, 증설 규모 축소 검토 등을 통해 과잉투자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김윤태 삼성SDI 상무는 "단기적인 전기차 수요 약세 지속, 완성차 기업들의 전동화 전략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시장 변화를 적극 모니터링해 최적의 투자 결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즘에 따른 실적악화가 투자 속도조절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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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가 줄줄이 투자 계획을 연기하고 있다.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 '양적 확장' 보다 '내실 추구'에 힘을 주기 위한 취지다. 일단은 '버티기'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투자 속도조절에 나선 대표적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지난 1분기 올해 설비투자 목표를 10조원에서 하향조정하겠다고 했는데, 지난 25일 콘퍼런스콜을 통해서는 "필수적 부분에 한해서만 투자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규 공장 확장 속도 조절, 증설 규모 축소 검토 등을 통해 과잉투자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GM과 합작 3공장 및 애리조나 ESS(에너지저장장치)용 공장 건설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이같은 조치를 향후 여타 생산라인에 확대 적용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서만 미시간 홀랜드 공장 증설, 혼다·현대차·스텔란티스 JV(합작공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오창, 중국 난징, 폴란드 공장도 증설 대상이다.
LG화학 역시 속도조절을 공식화했다. 양극재 출하 가이던스부터 '40% 증가'에서 '20% 증가'로 조정했다.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4조원에서 3조원대로 낮췄고, 2026년 목표했던 양극재 생산능력은 28만톤에서 20만톤으로 줄였다. 일본 도레이와 추진하던 분리막 사업은 전면 재검토키로 했다. 포스코퓨처엠은 2026년 생산 목표를 △양극재 연산 45만5000톤에서 39만5000톤 △음극재 22만1000톤에서 11만3000톤으로 감축했다.
삼성SDI는 투자계획 '유지'를 결정했다. 그동안 경쟁사 대비 설비투자에 서둘지 않아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만 해도 헝가리 공장 증설, 북미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확보 등을 위해 전년비 두 배 수준의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면서도 시장 상황을 고려한 투자에 신경쓰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김윤태 삼성SDI 상무는 "단기적인 전기차 수요 약세 지속, 완성차 기업들의 전동화 전략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시장 변화를 적극 모니터링해 최적의 투자 결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즘에 따른 실적악화가 투자 속도조절로 이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만 봐도 올해 '20% 매출 역성장' 전망을 제시할 정도로 캐즘의 직격탄을 맞았다. 배터리 3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 총합은 15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의 10분의1 수준에 머물 게 유력하다.
긴축을 통한 버티기에 성공한 후, 반격의 모멘텀까지 기다린다는 게 업계의 전략이다. 오는 11월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폐지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지켜본 후 투자를 결정하겠다는 기류도 강하다. 일단 올 3분기부터 전기차 신모델들이 출시 계획을 잡고 있어 실적의 소폭 반등이 기대된다.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전기차 수요가 반등할 수도 있다.
K-배터리는 시장이 커지고 있는 ESS를 적극 공략하면서 LFP(리튬·인산·철)와 같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라인업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LG화학은 현재 청주 공장에 LFP 양극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한 뒤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즘 속에서도 르노와 39GWh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삼성SDI는 NMX(코발트 프리), LFP 양극재를 활용한 저원가 플랫폼의 하반기 중 개발을 완료한다. SK온은 저온 성능과 에너지 밀도를 개선한 '윈터프로 LFP 배터리'에 힘을 준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이차전지 업종 실적 회복 시점도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그래도 바닥을 통과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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