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1년 예산? ‘황금알’ 양민혁
박효재 기자 2024. 7. 31. 06:07
강원, 토트넘 이적 셀온 조항
추가 이적료 최소 10% 확보
토트넘서 유소년선수들 초청
벌써부터 ‘양민혁 효과’ 톡톡
도민구단 강원FC가 K리그 괴물 신인 양민혁의 토트넘(잉글랜드) 이적 계약에 셀온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셀온 조항은 양민혁이 토트넘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경우 발생하는 이적료 수익의 일부를 강원이 가져갈 수 있게 한다. 강원 구단은 앉아서 1년 예산을 넘어서는 수익도 노릴 수 있게 됐다.
강원이 확보한 셀온 수익 비중은 최소 10% 이상으로 확인됐다. 수익 비중의 기준은 이적료 순수익이다. 예를 들어 토트넘이 양민혁을 100억원 이적료를 들여 영입하고, 이후 다른 팀에 1100억원에 이적시킬 경우 차익 1000억원에 대한 10% 수익, 100억원을 가져가는 식이다.
강원 구단은 이번 이적료에 셀온 수익까지 확보하면서 재정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강원의 1년 예산은 110억원 정도다. 외신에 따르면 양민혁의 이적료는 약 400만 유로(6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토트넘에서 더 큰 클럽으로 옮겨 수백억원대 이적료를 발생시킨다면 강원의 1년 예산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K리그 씹어먹는’ 활약, 토트넘행 티켓 거머쥐다
2006년생으로 올해 18세인 양민혁은 데뷔 첫해 K리그를 휩쓸며 ‘괴물 신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준프로 계약을 체결하려 했지만 부상으로 미뤄졌던 데뷔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충분한 회복과 준비를 거친 양민혁은 올 시즌 리그에서 8골 4도움을 기록하며 강원 공격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폭발적인 스피드와 드리블, 날카로운 슈팅 능력은 K리그 수비수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고, 10대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침착함과 경기 운영 능력은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양민혁의 활약은 강원FC의 성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강원FC는 양민혁의 활약에 힘입어 깜짝 선두에 오르기도 하는 등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팬들은 양민혁을 ‘강원의 복덩이’라고 부르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포항 안재준 이적했다면? 양민혁의 운명은?
포항 스틸러스의 안재준이 강원으로 이적했다면, 양민혁의 성장세가 지금과 같지 않았을 수도 있다. 두 선수의 포지션이 겹쳐 양민혁이 지금처럼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2부 부천 소속이었던 안재준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문제까지 해결하며 주가를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강원 이적이 불발됐고, 다른 구단에 비해 선수층이 얇은 강원에서 충분한 기회를 얻은 양민혁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쳐 보이며 토트넘행이라는 꿈을 이뤘다.
강릉제일고 후배들, 벌써 선배 양민혁 덕 본다
양민혁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은 강원 유소년 시스템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더 많은 유망주가 강원을 선택하고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양민혁의 출생지는 경기도 광주지만, 강원 스카우트의 레이망에 걸려 유스팀인 강릉제일고를 선택했고 일찌감치 프로 무대를 밟으며 잠재력을 터뜨렸다.
강릉제일고 선수들은 선배 양민혁 덕을 벌써 보고 있다. 토트넘은 이례적으로 겨울 훈련 캠프에 강원 유소년 선수들을 초청했다. 강원FC U-18 팀과 김병지 대표가 추천하는 추가 선수 5명을 일주일 정도 초청해 토트넘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 캠프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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