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은 왜 살아남을까[신간]
페이크와 팩트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지음·김보은 옮김·디플롯·2만5800원
물리학자이자 생물통계학자인 저자가 흑역사의 논리적 오류를 탐색한 책이다. 죽어 변론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살인자로 몰린 교황, 19세기 미국 대륙횡단 철도사업 당시 뱀 기름을 만병통치약으로 팔아 억만장자가 된 판매원, 혐오의 생산자이자 범죄 용의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례 등을 통해 우리가 속는 오류를 추적한다.
주변을 파악하는 인간의 능력과 호기심은 문명을 탄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본능 때문에 인간은 종종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 무작위로 발생한 사건들 사이에서 패턴을 찾거나 자신이 관찰한 결과만을 토대로 추론하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정치적 상황도 영향을 끼친다. 1950년대 중국 공산당은 참새를 ‘프롤레타리아를 착취하며 기생하는 부르주아의 상징’으로 여기고 중국에서 박멸시킨다. 유일한 천적이던 참새가 사라지자 대륙에는 메뚜기 떼가 들끓었고, 1959년부터 3년간 대기근이 덮쳤다. 과학자 정저쉰이 사태를 막으려 했지만, 마오쩌둥은 정저쉰을 ‘권위적 반동분자’라며 강제노동형을 선고했다. 마오쩌둥의 잘못된 정치적 편향은 수천만명을 아사시키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SNS 시대에 음모론과 유사 과학은 더 빨리 퍼진다. 한국에서도 이태원 참사 당시 ‘각시탈을 쓴 사람이 길바닥에 아보카도 오일을 뿌리고 다녔다’는 음모론이, 코로나19 시절에는 ‘백신 괴담’이 떠돌았다. 책은 역사 속 실패를 통해 과거의 오류를 비판적으로 수정해 나가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과학적 태도가 페이크와 팩트가 뒤섞인 사회에서 비합리적으로 사고하는 패턴에 속지 않고 개인과 사회를 지킬 수 있다고 역설한다.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
에밀리 오브리 외 지음·이수진 옮김·사이·2만9800원
5대륙 28개국의 21세기 지정학적 현황을 지도와 함께 설명한다. ‘지도의 향연’이 펼쳐지는 이 책은 저널리즘의 시선으로 현대사를 지정학에 접목한다. 특히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변화된 상황을 다루며 급변하는 우리 시대의 지정학적 격변을 생생히 들려준다.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퍼트리샤 록우드 지음·김승욱 옮김·알에이치코리아·1만9800원
부커상, 여성소설상 등 쟁쟁한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는 퍼트리샤 록우드의 소설 데뷔작이다. 농담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저자의 재능을 따라 읽다 보면, 실제 삶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단순한 교훈을 향해 가는 단순하지 않은 여정으로 이어진다.
고잉 인피니트
마이클 루이스 지음·박홍경 옮김·중앙북스·2만5000원
기업가치가 55조원을 넘던 세계 제2의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급작스러운 파산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머니볼>·<빅숏> 등을 쓴 저자는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재산을 어떻게 모았는지부터 시작해 그 모든 것이 무너지는 광기와 패닉의 과정을 기록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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