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그 한계 너머의 것들[신간]
민주주의,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애덤 셰보르스키 지음·이기훈, 이지윤 옮김·후마니타스·2만3000원
‘평등’을 지향하는 ‘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택한 사회에서 왜 불평등은 해소되지 않고 있을까. 비교정치학자인 애덤 셰보르스키는 “민주주의에서 시민은 평등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평등하다’는 명제는 시민 각 개인의 특성을 포함한 개념이 아니라 익명성의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셰보르스키는 평등뿐만 아니라 자기 통치(자치), 자유 등 민주주의의 이상적 가치들이 현실에선 한계가 있음을 역사적·현대적 사례와 데이터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자치’의 주체인 인민은 단수형이지만, 현실에서 복수의 인민이 추구하는 질서는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자기 생각과 다른 정권이 집권하는 걸 목도한다.
셰보르스키는 민주주의가 ‘할 수 없는 것’, 즉 한계를 아는 것은 도리어 민주주의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또 민주주의의 한계를 알아야 선동·폭력의 정치로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가 민주주의 틀 안에서 자치·평등·자유라는 이상을 더 잘 실현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
역사의 오류를 읽는 방법
오항녕 지음·김영사·2만3000원
역사가도 틀린다. 조선시대 왕릉의 안내도, 역사학자의 논문이나 저술, 중·고등학교의 교과서는 물론 유학의 대가들도 틀릴 수 있다. 역사가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조선사 연구자이자 기록학자인 오항녕 전주대 대학원 사학과 교수가 동서고금 역사가들이 실수했던 사례들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영화 <300>, <광해> 등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문화 작품에서 그린 역사적 배경이나 사건에 대한 여러 오류도 읽어낸다. 광해군·사도세자에 대한 인물평, 실학·허학 논쟁, 율곡 이이의 십만양병설을 둘러싼 논란 등 조선사의 주요 쟁점도 다뤘다. 오 교수는 역사의 빈틈과 오류를 읽는 것이 역사 공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먼지
요제프 셰파흐 지음·장혜경 옮김·에코리브르·1만7000원
이 책의 부제는 ‘거실에서 우주까지, 먼지의 작은 역사’다. 먼지 알갱이가 뭉쳐서 지구로 자라난 과정부터 내 주변 작은 꽃가루 먼지가 어떻게 큰일을 해내는지도 알려준다. ‘먼지는 기후의 구원자일까, 킬러일까’란 질문의 답도 찾아본다. 19개 장 끝에 실린 ‘먼지 퀴즈’가 흥미를 돋운다.
음식조선
임채성 지음·임경택 옮김·돌베개·3만2000원
임채성 일본 릿쿄대 경제학부 교수가 일제강점기 조선의 식품산업과 음식문화를 연구했다. 당시 조선의 쌀, 소, 홍삼, 우유, 사과, 명란젓, 소주, 맥주 등 주요 식료품의 생산·유통·소비를 분석했다. 조선의 식품산업이 일제를 지탱해주는 기반 중 하나였다는 점을 밝혀낸다.
물속의 입
김인숙 지음·문학동네·1만7000원
김인숙 소설가의 ‘미스터리·호러 단편선’으로, 주요 문학상 수상작부터 미발표작까지 단편 13편을 한데 모았다. 첫 장을 장식한 단편 ‘자작나무 숲’에선 할머니의 시신을 유기하려는 손녀딸의 움직임으로 시작한다. 마지막까지 ‘서스펜스’(극적 긴장감)를 느낄 작품들을 엄선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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