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 전락 제주맥주, 자본잠식 위기…새 경영진은 냉동김밥 인수한다고?
최근 창업자가 지분을 매각하고 떠난 제주맥주가 무상감자를 진행한다. 결손금 누적으로 인한 자본잠식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다.
제주맥주는 크래프트 맥주 인기 속에 국내 수제 맥주 1호 상장사가 됐다. 그러나 수제 맥주 트렌드가 시들해지고 뚜렷한 차별화를 보이지 못하면서 상장 후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가는 동전주(주가 1000원 미만)로 전락했다. 창업자인 문혁기 전 대표는 기업공개 3년도 안 돼 경영권을 넘겼다.
새 최대주주는 맥주와는 별 상관없는 자동차 수리업체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제주맥주가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하게 될지 의구심을 표했다. 종합 F&B(식음료) 기업을 선언한 가운데, 새 경영진은 맥주 다음으로 김밥을 선택했다.
◇자본잠식 해소 위해 무상감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주맥주의 감자 기준일은 8월 5일, 병합 기준일(효력 발생일)은 8월 6일이다. 8월 2일부터 26일까지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된 후 8월 27일 신주가 상장된다. 제주맥주는 앞서 이달 1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무상감자를 통한 자본 감소의 건을 의결했다.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자본잠식 해소와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들었다. 감자는 액면가액 500원의 보통주 5주를 같은 금액의 보통주 1주로 무상 병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감자 비율 80%). 무상감자 후 발행 주식 수는 5943만 주에서 1189만 주로 줄고, 자본금은 297억 원에서 59억 원으로 줄어든다. 감자로 인한 자본금 감액분은 자본잉여금으로 전환된다.
제주맥주는 2015년 창업 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2021년 적자 기업이라도 성장 가능성 등을 보고 상장을 허용하는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 제도)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상장을 계기로 국내 4대 맥주회사로 자리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크래프트 맥주 회사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상장 전 투자했던 재무적투자자들은 상장 직후 지분을 대거 털어냈다. 상장한 지 세 달도 안 돼 주가가 공모가(32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상장 직전 해인 2020년 제주맥주는 매출 216억 원에 4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장을 준비하며 제주맥주는 2023년 매출 1147억 원, 영업이익 219억 원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상장 후 제주맥주 매출은 매년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2023년 매출은 224억원에 불과했고, 흑자 전환은커녕 영업손실은 110억 원으로 불어났다. 결손금이 커지며 결국 지난해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부분자본잠식)이 발생했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면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창업자는 자동차 수리업체에 경영권 팔고 떠나
문 전 대표는 상장한 지 채 3년이 지나지 않아 제주맥주 경영권을 매각했다. 자동차 수리·부품 유통업을 하는 더블에이치엠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경영권 매각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당초 올해 3월 문 전 대표가 최대주주인 엠비에이치홀딩스와 문 전 대표는 지분 14.79% 전체를 더블에이치엠에 102억 원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주당 1175원이다. 그러나 계약 변경으로 올해 5월 양수도 주식 수는 400만 주, 대금은 47억 원으로 줄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더블에이치엠은 5월 13일 지분 6.83%를 취득해 제주맥주 최대주주가 됐다. 더블에이치엠은 연매출 27억 원을 내는 회사로, 인수 자금 전액(47억 원)을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이 중 10억 원을 우리은행에서 빌렸고, 제주맥주의 새 대표이사로 내정됐던 신성현 더블에이치렌트카 대표로부터 28억7000만 원, 더블에이치엠 최대주주인 정승국 더블에이치엠 대표로부터 8억3000만 원을 차입했다.
자동차 수리업체가 수제 맥주 회사를 인수한 의도를 두고 물음표가 붙었다. 더블에이치엠으로 최대주주가 바뀐 제주맥주는 유상증자,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활용한 500억 원대 자금 조달 결정을 공시했다. 지와이투자조합 대상 1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수옹투자조합 대상 200억 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 일두투자조합 대상 200억 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결정을 밝혔다. 특히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제주맥주 최대주주가 더블에이치엠에서 지와이투자조합으로 변경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맥주 소액주주들은 자금을 넣을 주체인 투자조합의 정체가 공시 정보만으로는 불분명하다고 토로한다. 일각에선 주가 부양을 위한 투자 유치 발표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됐다. 세 건 모두 납입일이 7월 30일이었는데, 30일 저녁까지 증권발행결과 공시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냉동김밥 회사에 80억 지분 투자
더블에이치엠이 제주맥주 경영에 참여한 후 지금까지 발표한 가장 굵직한 신사업은 냉동김밥 제조사 투자 결정이다. 제주맥주는 이달 15일 냉동식품 제조·유통사 에이지에프의 지분 17.39%를 80억 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제주맥주는 에이지에프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신주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취득한다. 취득 예정일은 다음 달 31일이다. 투자 선행 조건 충족 시 내년 1월 70억 원 추가 투자도 예고했다.
에이지에프는 냉동김밥 제품 바바김밥을 만들어 파는 올곧의 모회사다. 바바김밥은 미국 대형 식료품 체인점 트레이더조에서 품절이 빚어질 정도로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다. K푸드 열풍을 타고 미국 H-Mart, 코스트코 입점 계약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에이지에프의 지난해 매출은 3억5800만 원에 불과해, 제주맥주 주주 사이에선 에이지에프 지분을 비싸게 샀다는 평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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