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 의원 “제도·법률 바꿔야 신기술 뿌리내릴 수 있다”
“과방위 정쟁화 아쉬워… 국내 산업 미래 내다보고 각종 입법 진행”
“정부 시스템도 잘 알고 기업의 입장도 잘 알고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를 모두 경험했고 기초과학과 산업 등의 최전선에서 일을 했다. 신기술이 우리나라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제도와 법률를 바꿔야 하는데, 그 과제를 하러 국회에 왔다. 꼭 완수해 내겠다.”
2023년 국민의힘 과학·바이오 분야 영입 인재로 선정돼 비례대표로 22대 국회에 입성한 최수진 의원의 말이다.
그는 화학박사(경희대) 출신으로 1995년 대웅제약 연구원으로 입사해 10년 만에 제약업계 최초 여성 임원(생명과학연구소장) 자리에 오를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국내 최초로 코엔자임큐텐을 개발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후 최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 신산업 매니징디렉터(MD), OCI BIO사업본부장 부사장,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한국공학대학교 특임교수 등 ‘민관학’을 넘나들며 활약했다.
최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IT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과방위가 정쟁의 중심에 서면서 정책적인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쉽고 국민도 답답하실 것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초과학부터 산업까지 경험했고 기업, 정부, 학계에 모두 몸담았다”며 “우리 산업 미래를 내다보고 여러 입법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2대 국회 내에 발의한 법안들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이끌어내 국내 산업 부흥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최 의원과 일문일답
― 22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됐다
“과학보다 산업기술 쪽에 오래 있었다. 산업화를 위해 규제를 푸는 게 전공이었는데 요즘은 산업기술과 경제 등이 다 맞물려 있는 시대다. 예전에는 물건만 팔았지만, 지금은 기술을 통해 첨단 물건을 판다. 기술의 베이스가 없이는 국내 산업 경제가 움직이지 않는다.
예전 경제 성장기 시절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어느 순간 기업들이 드라이브를 다 걸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정보기술(IT) 시대가 오고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시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때라고 본다. 왜냐하면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내고 새 발판을 깔아줘야 산업이 부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21대 국회에서 AI 기본법, 단통법, 망사용료법 등 정보통신기술(ICT)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맞다. 정말 국회 통과가 필요한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어 문제다. 선진국만 해도 산업 전반에 규제 대신 장려 정책을 펴고 있는데 우리는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결국 기술은 후진국 수준이 되고 국내 경제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가령 지금 우리 인구가 줄고 있는게 심각한 문제이지 않나. 청년 한 명이 노인 세 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구조다. 문제는 청년 한 명의 노동력이 노인의 3배가 나오느냐다. 절대 안 나온다. 결국 나머지는 기술로 극복해야 한다.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AI 등 IT 기술이 저변에 깔려야 하는데 현재 국회는 정쟁에 매몰돼 있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망사용료법의 경우 결국 외국 사업자인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이 주름 잡고 있는 국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요금을 올리면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입는다. 국회 차원에서 규제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 우리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단은 시장에 판단을 맡기려고 노력 중이나 우리 국민이 희생양이 되면 안 된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사회적인 기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 넷플릭스의 승승장구와 달리 토종 OTT 업계 형편은 어려운데
“참 안타깝다. 우리나라가 콘텐츠가 없는 나라가 아니고 ‘오징어게임’ 등 넷플릭스가 크는데 기여한 나라인데, 왜 우리 국민은 타국 대비 비싼 요금제를 써야 하느냐. 결국 우리가 플랫폼 사업자를 제대로 못 키우고 있는 게 문제다.
지금 넷플릭스는 재밌는 콘텐츠를 비싸게 사가는데 토종 OTT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딸려 다 죽는 형편이다. OTT 업계 말을 들어봐도 “그 자금력을 가지고는 턱도 없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전략적으로 OTT 산업을 키워야 하는데 과기정통부는 예산이 거의 없다고 한다. 예산부터 다시 편성해야 한다.”
― 최근 빚어진 네이버 라인야후 사태는 어찌 보나
“산업계에 몸을 담아서 그런지 몰라도 ‘시장에 모든 자유를 맡겨야 한다’는 주의다. 네이버 라인야후 사태 관련해 정부가 왜 관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네이버가 일본 정부의 억압에 의해 뭔가 불합리한 탄압을 받았다면 우리 정부가 당연히 나서야겠지만, 생각보다 기업은 정치보다 훨씬 앞서 나가 있다.
기업 방향성은 항상 존중해야 한다. 산업에 맡길 수 있는 개별 사항은 기업에 맡기고 큰 그림은 정부와 국회에서 그려 나가야 한다.”
― 가계통신비 이슈 문제도 여전히 해마다 반복하고 있다
“정부에서 여러 규제로 발을 묶어버리니까 이동통신사는 “미래 투자를 할 여건이 안 된다”고 많이 힘들어 한다. 사실 이통업체들이 하고 싶은 사업은 통신이 아니라 AI 사업이다. 하지만 현재 AI 관련 인건비가 비싼데도 사람이 없다. AI가 말이 쉽지 투입 금액이 엄청 난데 기업들은 지금 돈이 없다고 한다.
결국 비싼 단말기는 단말기대로 가고 중저가폰, 알뜰폰 요금제 등은 그것대로 가는 등 시장을 세분화해야 한다. 단말기유통법(단통법) 폐지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단통법을 없애는 것에 대해 모든 사람이 찬성한다. 결국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 통신 산업도 결국 AI 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저는 AI 시대가 휴대폰에서 열린다고 본다. AI 관련 기능이 휴대폰에 제대로 녹아들 때 가격은 스스로 다운될 수 있다.”
―5월 우주항공청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개청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 예산 대비 1~2%밖에 되지 않아 제대로 된 산업 비전을 제시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결국 민간과 같이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 민간 협력 구조를 만들어 예산을 늘리고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인 플랜을 먼저 짰으면 좋겠다. 궁극적으로 우주항공 사업은 우주 로켓을 발사하기 위한 산업이 아니다. 그것은 최종 산물인 것이고, 우주항공 산업으로 인해 발달할 수 있는 저변 사업이 엄청 많다. 이러한 사업들의 발전을 위해 우주청이 필요하다.”
―21대 국회부터 과방위가 여야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다
“최고의 아수라장 안에 온 듯하다. 여야 의원 수가 비등해야 싸우고 제대로 된 논쟁이 일어나는데 여소야대인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정치는 곧 숫자’라는 말이 너무 실감 난다. 어디 가서 국회의원이라고 말하는 게 정말 창피할 정도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정쟁으로 싸우고 있어 많이 아쉽다. 지금도 싸우는 중이고 몸도 마음도 피곤한 상태다. 무엇보다 국민이 볼 때도 진짜 답답하실 것 같다. 그래도 민간에서 국회까지 왔는데 뭐라도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도전 의식도 생긴다.”
―임기 두 달 만에 여러 법안을 발의했다
“대형마트의 영업제한시간(0시~오전 10시) 및 의무휴업일(공휴일·매월 2일)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글로벌 시대인데 왜 온라인까지 규제해야 하느냐. 최소한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제 의견이다.
1호 법안으로 발의한 R&D 예산 확대를 위한 패키지 3법도 빼놓을 수 없다.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받고 ‘융자형 지원 방식’ 등의 새로운 R&D 예산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앞으로 주 52시간으로 묶여져 있는 R&D 고연봉 인력 근무시간을 푸는 법안(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연구할 때는 제대로 하고, 나중에 한 달 휴가를 주든가 보상해주면 된다. R&D의 경우 52시간 틀에 박혀서 연구하면 안 된다는 게 입법 취지다.
마지막으로 AI첨단바이오산업기본법 제정안 등 신규 법안 3개도 만들 예정이다. 먼저 AI와 바이오 산업을 한데 묶은 디지털헬스케어법 입법을 준비 중이고, 합성생물학과 바이오 산업을 묶은 법안 입법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 국내 임상실험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를 개선할 입법도 준비하고 있다. 모두 우리 산업 미래를 내다보고 하는 일이다.”
―22대 국회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발의한 법안을 모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시키는 게 목표다. 해당 법안들은 여야의 쟁점이 없는 사안이지만 향후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까 걱정이다.
앞으로 야당을 최대한 설득할 예정이다. 저는 정부 시스템도 잘 알고 기업의 입장도 잘 알고 있다. 수요와 공급을 다 경험했고 또 기초과학부터 산업까지 다 경험했다.
마지막 제도와 법률를 바꿔야 신기술이 우리나라에 뿌리내릴 수 있다. 저는 그 마지막 과제를 하러 국회에 들어왔다. 이를 꼭 완수해 내겠다.”
IT조선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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