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LS전선, 맨땅에서 일군 ‘꿈의 케이블’…“공격 투자만 남았다”
2007년 구자열 회장 주도 해저케이블 진출
설계조차 막막…자력으로 톱티어 반열 올라
업황 ‘초호황기’ 맞아 선제적 투자 빛 발해
“생산 거점 확장…신재생에너지 수요 대응”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죠.”
LS전선 강원도 동해사업장 해저생산부문장인 김원배 상무는 3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 해저케이블 사업에 뛰어들었을 당시 상황을 풀어놨다. 구자열 전 LS전선 회장 주도로 2009년 준공한 동해사업장은 현재 아시아 최대 해저케이블 생산기지로 성장했으나 초기에는 공장 설립조차 막막할 정도로 사업 진입이 쉽지 않았다. 1991년 금성전선(현 LS전선)으로 입사한 김 상무는 구 전 회장이 꾸린 해저케이블 태스크포스팀(TFT) 초기 멤버다.
김 상무는 “해저케이블 공장이 갖춰야 할 기본 요건에 대해 가르쳐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일반 전력케이블과 입지 조건부터 공정, 설비까지 완전히 다르고 토양 재질도 신경을 써야 했다”며 “작은 노하우라도 얻기 위해 해외 논문을 참고하고 전시회 카탈로그까지 뒤졌다. 다른 업체들의 사진을 참고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었다”고 했다.
갖은 고생 끝에 LS전선은 2007년 세계에서 4번째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초고압 지중케이블을 생산하는 업체는 수십 개에 달하지만,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는 업체는 LS전선을 포함해 유럽·일본 등 6개사에 불과하다.
하지만 공장 준공 후에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개발 초기 수율을 끌어 올려야 했으나 수주 물량이 적어 공장 가동률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준공 후에도 수십 년간 수많은 시행착오와 수천억원의 실패 비용을 치르며 자체적으로 기술을 정립하고 설비를 제작해야 했다”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설비·연구개발(R&D) 투자에만 약 1조원이 투입됐다.
선제적으로 기술을 확보한 LS전선은 HVDC 케이블을 핵심 수익 사업으로 보고 공격적인 투자로 국내외 생산거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동해사업장에 수직연속 압출시스템(VCV)을 갖춘 해저 4동을 준공했다. 아파트 63층 높이(172m)로 아시아 최대 규모이며 HVDC 주로 케이블을 생산한다. 지난달에는 1000억원을 투자해 HVDC 케이블 전용 공장인 해저 5동 건설을 결정했다. 해저 5동이 내년 하반기 완공되면 LS전선의 HVDC 케이블 생산능력은 지금의 약 4배로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HVDC 케이블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0년 70조원에서 2030년 159조원 이상 확대될 것으로 추정한다. HVDC 케이블은 ‘케이블의 꽃’, ‘꿈의 기술’이라 불릴 만큼 고도화된 기술로 전 세계에서도 소수 업체만 보유하고 있다. LS전선은 지난해 유럽의 역대 최대 규모 송전망 사업에 참여해 2조원 규모 HVDC 케이블을 수주했으며 북미와 유럽 등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김 상무는 “해상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 VCV 타워 준공과 미국 해저공장 신설을 통해 HVDC 케이블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LS전선은 경쟁우위를 확보해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업계에선 최근 중국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해저케이블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어 자국 업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현재 진행 중인 일부 국내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 중국산 해저케이블이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상무는 “해저케이블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인프라”라며 “중국 등 해외 경쟁 업체들이 국내에 쉽게 들어올 수 없도록 정부와 국회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김은경 (abcd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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