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사고 한달] 추모공간 철거…방호 울타리·직진금지 표시

김남희 기자 2024. 7.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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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 사상자' 역주행 사고 현장 다시 가보니
추모공간 철거…인도 보호용 방호 울타리 설치
호텔 앞 교차로에 직진금지 화살표 추가 예정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역주행 사고 현장에 방호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2024.07.24.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문효민 인턴기자 = 16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사고가 31일로 약 한 달차를 맞았다.

전날 오전 10시께 뉴시스 취재진이 찾은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현장은 출근시간이 지나 한산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과 헌화는 모두 철거된 상태였다.

대신 서울시는 사고 현장에 방호 울타리를 설치했다. 높이 약 130~40㎝의 철제 펜스는 보행자 추돌 사고가 발생한 인도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난 보도에만 설치됐고, 아직 가해 차량이 역주행 한 160m 보도 전체에 펜스가 세워진 것은 아니다.

사고 현장을 지나가던 행인은 새로 설치된 펜스가 튼튼한지 확인하고 싶은 듯 발로 몇 번 차봤다.

60대 남성 A씨는 "저 위에 호텔에서부터 지그재그로 (차가) 내려온 것 아니냐"며 "전에 있던 것보다는 단단한 펜스 같지만 여기(사고 장소)뿐만 아니라 사고 차량이 내려왔던 도로 옆에 전부 펜스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60대 여성 B씨는 "왜 사고 현장이었다는 표시나 추모 공간이 사라졌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추모 글귀 등은 장마비에 젖어 복원이 어려워 별도 공간으로 옮기지 않고 처분됐다.

[서울=뉴시스] 문효민 인턴기자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주차장에서 나오는 출구. 우회전 방향에 출입통제 주의선과 '우회전 금지'가 쓰인 푯말이 설치됐다. 2024.07.30. *재판매 및 DB 금지

사고 현장 근처에도 유사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졌다.

시청 맞은편 더플라자호텔에서 나오는 길목은 원래 좌회전만 가능하다. 이에 남대문경찰서는 우회전 방향에 출입통제 주의선과 '우회전 금지'가 쓰인 푯말을 세워뒀다. 주차장에서 나오는 차량의 혹시 모를 우회전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근무하는 C씨는 "(더플라자 호텔에서 사거리로 나가는) 여기도 원래 우회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근무한다는 박 씨도 "빨간색 출입 금지선은 사고 이후 2주 뒤 쯤 설치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하며 사고 현장을 가리켰다.

서울시는 향후 방호 울타리 설치를 확대하고 보행 공간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김세규 서울시 교통안전팀장은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울타리는 보행자 보호 울타리로 차도에 진입하는 보행자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며 "보행자를 차량으로부터 보호하는 차량용 방호 울타리를 지난 25일 설치했다"고 말했다.

8톤 트럭이 55㎞ 속도로 달리면서 15도 각도로 충돌했을 때 방어할 수 있는 울타리라는 설명이다.

이어 "시청역 인근 보도가 좁다는 의견이 많아 내년에 보도를 확장할 계획"이라며 "보도를 확장할 때 차량용 보호 울타리 추가 설치 등 기존 시설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문효민 인턴기자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바라본 도로. 좌회전 금지 표시만 있고 직진 금지 표시는 없는 상태다. 2024.07.30. *재판매 및 DB 금지

운전자가 불법 좌회전을 한 웨스틴조선호텔 지하주차장 앞 도로에는 조만간 직진금지 화살표가 설치된다.

이 교차로는 주차장 출입로를 포함해 오거리인데, 우회전만 가능하고 직진과 좌회전이 금지돼 있다.

주차장에서 나오는 차는 우회전해 4차선 도로로 나가거나 호텔 입구 쪽으로 재진입할 수 있다. 장마가 끝나고 해가 화창하게 떠 사고 당일에도 도로 상단에 있었던 '진입금지' 표지판이 잘 보였다.

서울시는 주차장에서 나오는 차량의 혼선을 막기 위해 지난 25일 도로에 우회전 유도선을 그렸다. 차량 신호등 뒤편에 좌회전 및 직진 금지 표지판도 설치했다.

서울시는 호텔 측과 협의해 기존에 있던 좌회전 금지선에 더해 직진 금지 표시도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시청역 사고가 직진·좌회전 금지 구간에서 역주행하며 벌어진 만큼, 추후 유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직진 금지 표시를 설치하기로 호텔 측과 협의했다"며 "우회전 유도선도 호텔 쪽으로 더 가깝게 옮기기 위해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사고 차량 운전자 차모씨(68)를 교통사고 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차씨는 차량 급발진을 일관되게 주장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차씨 신발에서 엑셀 페달 흔적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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