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정도면 괜찮았다'는 합병에 품는 의문

이시은 2024. 7.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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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K, 한화, 두산 등 산업계의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지난 17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 자회사 SK온-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앤텀의 합병을 동시에 결정했으며, 이튿날 SK에코플랜트는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인수했다.

특히 이번 SK이노-E&S, SK온-트레이딩-앤텀 합병안은 'SK온 살리기'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리밸런싱의 원년을 지나고 있는 SK인 만큼 그룹 내 추가적인 인수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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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이뉴스24 이시은 기자] 최근 SK, 한화, 두산 등 산업계의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그중 계열사만 219개인 SK그룹은 가장 발 빠르게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7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 자회사 SK온-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앤텀의 합병을 동시에 결정했으며, 이튿날 SK에코플랜트는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인수했다.

특히 이번 SK이노-E&S, SK온-트레이딩-앤텀 합병안은 'SK온 살리기'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SK온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직접 수혈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외 신용평가사로부터 재무구조 개선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공식적인 합병 이유인 '시너지 효과'에 대해선 실체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재무 개선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이룬 셈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합병비율'이었다. 시름을 앓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숨은 '알짜' 계열사이자 비상장사인 SK E&S의 기업 가치를 어떻게 산정하는지의 문제다. 합병설이 처음 보도된 후 모든 언론과 증권사는 일제히 '1대2'의 비율을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현저한 저평가이지만, 나름의 근거는 있었다. SK E&S는 지난 2022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대상으로 3조1000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을 때 기업가치를 24조원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주당순자산가치(PBR) 0.5배 내외로 매우 저평가를 받고 있다. 시가총액은 약 10조2500억원으로, 시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결정할 경우 1대2까지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최종적으로는 1대1.1917417로 결론이 났다. 저평가를 우려하던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렸다.

다만 합병비율을 결정하는 방식이 과연 '시가'밖에 없었는지 의문을 두는 이들은 적잖다. 상장법인의 경우 시가가 자산가치에 미달할 때 이사회를 열고 자산가치로 합병 가액을 산정할 수 있다. 순자산의 절반 수준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SK이노베이션을 자산가치로 합병비율을 산정한다면 1대0.55의 비율이 나온다. 이에 대해 강동수 SK이노베이션 전략재무부문장(CFO)은 "기업합병 시 상장사는 원칙적으로 기준시가를 채택한다"며 "예외적 경우에만 자산가치를 적용한다"고 일축했다.

물론 '시장의 평가'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시가는 유효한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 가치와 무형적 효과 등 여러 요소 전반을 반영하는 '만능 척도'는 아니다. 특히 특정한 합병 시점을 이사회의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왜곡의 여지도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의 시가일 때 합병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SK㈜는 이번 합병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을 기존 36.22%에서 55.9%로 끌어올려 지배력을 강화했다.

단순히 법이 정한 대로, '원칙적으로 따랐기' 때문에 합리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영국 등의 자본시장 선진국은 합병 가액과 비율 산정에 대해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되, 공정한 비율을 도출하도록 간접적으로 규제하고 있기도 하다.

SK그룹은 앞선 경영전략회의에서 미래 성장 동력에 적극 투자할 뿐 아니라 주주환원 역시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리밸런싱의 원년을 지나고 있는 SK인 만큼 그룹 내 추가적인 인수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달래기식 배당'을 넘어,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진정성 있는 주주환원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시은 기자(isieun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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