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일본소녀가 부른 ‘목포의 눈물’…재일동포 어르신 눈물 왈칵
아즈마 아키 교토 자선공연
재일동포·일본 어르신 위한
‘고향의집’에서 1시간 열창
돌아와요 부산항에·칠갑산...
한국어·일본어로 따라 불러
“위문공연이 저의 큰 행복”
지난 27일 일본 교토시 미나미구의 고향의집. 인근에 있는 강당인 운사홀에 구성지면서도 한을 담은 듯한 목소리로 ‘목포의 눈물’ 노래가 울려 퍼졌다. 주인공은 MBN ‘한일가왕전’에서 ‘엔카 신동’으로 이름을 날린 아즈마 아키(17) 양. 이곳 자선공연을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도쿄에서 교토로 왔다.
고향의집은 사회복지법인 ‘마음의가족(こころの家族)’이 운영하는 요양시설이다. 일본인 여성으로 한국에서 3000여명의 고아를 길러낸 목포 공생원의 윤학자(일본명 다우치 치즈코) 여사의 박애 정신을 이어받아 그 아들인 윤기 공생복지재단 회장이 1988년 설립했다. 오사카에서 시작해 지금은 교토, 고베, 도쿄 등에서도 운영 중이다.
설립 당시에는 무연고 재일교포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지금은 일본인도 받고 있다. 이곳 고향의집 교토도 160여명의 어르신이 생활하는데, 60%는 재일교포이고 40%는 일본인이다. 국경과 민족을 초월한 어르신들이 함께 어우러져 생활하는 독특한 곳이다.
일본 어르신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1절은 한국어로, 2절은 일본어로 열창했다. 1절에서는 재일교포 어르신들이, 2절에서는 일본인 어르신들이 따라부르는 재미난 광경도 연출됐다.
아즈마 양이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메인 타이틀인 ‘언제나 몇 번이라도(いつも何度でも)’를 부를 때에는 아름다운 선율에 감동한 많은 어르신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았다. 한 어르신은 “천사의 목소리가 따로 없구먼”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연을 지켜본 한 어르신은 “일본에서 이렇게도 아름다운 목소리로 한국 노래를 듣는 것 자체가 행복이고 기쁨”이라며 “나이가 어린 학생인데도 어쩌면 마음 씀씀이가 이렇게 고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전적으로 아즈마 양의 요청으로 진행됐다. 4살 때부터 봉사를 했던 그녀는 2020년 개인 후원회가 조직되면서 본격적으로 일본 전역의 양로원과 병원을 돌아다니며 자선공연과 봉사를 이어갔다. 당시 고향의집에서도 공연을 했었는데, 이 때의 기억을 되살려 다시 한번 공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아즈마 양은 지난 6월에는 ‘목포의 눈물’의 무대인 목포를 찾아 이곳에 있는 공생원에서 자선공연을 하기도 했다. 일본 ‘마음의가족’과 자매시설인 이곳에는 사회적 자립을 기다리는 원생이 공부와 기술을 연마하며 생활하고 있다. 윤학자 여사의 땀과 눈물이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즈마 양은 ‘한일가왕전’을 계기로 요즘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그녀가 최우선으로 삼는 것은 자선공연이다. 아즈마 양은 “제가 노래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제 노래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라며 “시간만 주어진다면 더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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