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숨이 ‘턱턱’… 家혹한 인천 판자촌 [현장,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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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판자촌 마을.
한 집 안에 주민 신형채씨(86)가 작은 선풍기 하나를 틀어놓고 연신 흐르는 굵은 땀방울을 훔쳐낸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무허가 건물이라는 이유로 주민들에게 폭염 대비를 위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핑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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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어르신… 주거 지원책 시급 區 “피해 접수 無… 물품 지원할 것”
“올 여름 폭염을 선풍기 하나로 버티려니 너무 힘드네요”
30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판자촌 마을. 한 집 안에 주민 신형채씨(86)가 작은 선풍기 하나를 틀어놓고 연신 흐르는 굵은 땀방울을 훔쳐낸다. 아직 오전인데도 집 안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하다. 더욱이 방에는 책받침 만한 창문이 1개 뿐이다 보니 환기는 안되고, 습한 공기만 가득해 마치 찜통이다. 신씨는 “오늘같이 더운 날에는 집 밖으로 한걸음도 나가기 무섭다”며 “집에서도 선풍기를 켜봐야 더운 바람만 나와 있으나 마나”라고 했다.
인근의 또 다른 집도 사정은 마찬가지. 집 안 공기가 뜨거워, 집 밖 그늘이 더 시원할 정도다. 이 집에 사는 A씨는 낡은 에어컨이 있지만, 사용하지 못한다. 최근까지 이어진 장마로 지붕에서 비가 새더니, 아예 누전으로 전기가 끊겼기 때문이다. A씨는 “가끔 전기가 들어올 때가 있는데, 자칫 불이라도 날까봐 에어컨을 틀지 못하겠다”며 “집을 고치고 싶어도 비쌀 것 같아 손도 대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판자촌에 사는 주민들이 어느해보다 뜨거운 폭염에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더욱이 인천지역 대부분 취약계층은 지자체의 집수리 지원 등을 받지만, 판자촌은 무허가 건축물이란 이유로 외면받으면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인천시와 남동구 등에 따르면 시는 폭염 대비 노숙인 365명의 물품 지원과 함께 쪽방촌 221가구(256명) 대상 전기시설물 점검 등 취약계층 주민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구는 취약계층 대상 노후 주택의 재난 예방과 거주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구월동의 이 판자촌 20여가구에는 이 같은 폭염 관련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일대가 모두 무허가 건물이다보니 시의 쪽방촌 기준은 물론, 구의 노후 주택 사업 대상지에서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주민들은 해마다 여름철 폭염은 물론 장마, 한파 등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지자체의 최소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주민들은 이 같은 기후 위기를 맨 몸으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A씨는 “비록 가난하지만 시민이고 주민인데, (지자체로부터) 버림받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무허가 건물이라는 이유로 주민들에게 폭염 대비를 위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핑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는 주민들이 최소한의 생활은 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며 “해마다 늘어나는 폭염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만큼, 자칫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당초 개발이 이뤄지려다 중단한 곳인데다, 무허가 건물이다보니 집 수리 지원 등을 해주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또 폭염 등의 피해 신고가 들어온 적이 없어 별도 관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 등이 많이 사는 지역인 만큼, 폭염 대비 물품 지원 등 가능한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성식 기자 js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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