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홀에 물 10병 마신 적도”···건강 챙기고, 스코어도 잡는 ‘땡볕 라운드’ 요령

김세영 기자 2024. 7. 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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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등으로 햇볕은 무조건 피해야
물은 미리미리 조금씩 나눠 마셔야
거리 욕심과 무모한 도전은 최소화
팔토시 외에 하의 안에도 이너웨어
낙뢰 땐 즉시 플레이 중단하고 대피
폭염 속에 라운드를 할 때는 미리미리 수분을 보충해줘야 한다. 갈증을 느끼면 이미 탈수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사진 제공=박태성 골프전문 사진기자
[서울경제]
열혈 골퍼들은 한여름에도 라운드를 포기하지 않는다. 찜통더위 속에서도 건강을 지키면서 유쾌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직업으로서 골프를 해야 하는 투어 프로들과 그들 곁에서 무거운 백을 메고 18홀을 걷는 프로 캐디들의 여름나기 노하우를 들어봤다.

여름철 건강한 라운드를 위해서는 우산, 얼음주머니, 얼음물, 미니 선풍기, 부채 등 평소보다 챙겨야 할 게 많다. 그 중에서도 딱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 우산이다. 땡볕 라운드의 최대 적이 바로 햇볕이기 때문이다. 우산을 쓰는 것과 안 쓰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한 여름에는 잠깐 동안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일광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피부가 따끔하고 화끈거리는가 하면 심할 경우 물집이 생기고 표피가 벗겨지기도 한다.

햇볕은 맞서 싸울 적이 아니라 무조건 피해야 한다. 샷을 하는 순간 외에는 항상 우산을 쓰고 이동을 할 때도 가급적 그늘로 다녀야 한다. 캐디들은 보통 무게를 줄이기 위해 선수의 우산만 챙기고 정작 자신은 챙이 넓은 모자 하나로 버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민별의 백을 메고 있는 서정우 캐디는 “일단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여름에는 내 우산도 꼭 챙긴다”고 했다.

자외선 차단제는 건조와 흡수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라운드 20~30분 전 골고루 발라야 한다. KLPGA 투어 안송이의 캐디를 맡고 있는 진성용 씨는 “여름에는 가끔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선크림은 최소한의 방어 도구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꼼꼼하게 바른다”고 했다.

선글라스와 팔 토시도 햇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매우 유용한 도구다. KLPGA 투어 통산 1승의 정윤지는 “팔 토시에 주기적으로 물을 부어 적시면 더위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나름의 노하우를 전했다.

우산과 얼음주머니로 더위를 식히고 있는 선수들.
수분 섭취는 미리미리 조금씩

여름 라운드에서 또 하나 조심해야 할 건 탈수다. 특히 한낮에는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수시로 습관적으로 물을 마셔야 한다. 체내 탈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갈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갈증을 느끼면 이미 늦었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투어 선수들은 18홀을 도는 동안 한 여름에는 2~3ℓ의 물을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보다 훨씬 많은 땀을 흘리는 투어 캐디들은 3ℓ 이상을 마신다. KLPGA 투어 윤미나의 캐디로 덩치가 상당히 큰 편인 최희창 씨는 “7월 말과 8월 초 한창 더울 때는 18홀 동안 500㎖짜리 물을 10병 이상 마실 때가 자주 있다”고 했다. 더위를 물리치는 데는 시원한 물이 최고지만 과민성 체질이라면 배탈이 날 수도 있으므로 너무 차가운 얼음물은 피해야 한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수분 외에 몸속의 칼륨, 칼슘, 나트륨 등 전해질까지 보충해줘야 하므로 그냥 물보다는 스포츠 이온음료를 추천한다.

잠시 들른 그늘집에서 맥주나 커피를 마시는 건 가급적 피해야 한다. 시원한 맥주는 일시적으로 청량감을 줄 수는 있지만 탈수를 일으킨다. 커피 역시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체내 수분 손실을 악화시킨다. 그래도 마셔야겠다면? 딱 한 잔으로 만족해야 한다.

팔토시나 냉감 소재 이너웨어 등은 자외선 차단은 물론 보다 상쾌한 느낌을 준다.
거리 욕심 버리고 여유롭게···이너웨어로 상쾌하게

땡볕라운드는 스코어보다는 편하게 즐긴다는 마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거리 욕심을 낼수록 체력 소모는 커지고, 샷도 제대로 될 리 없다. 높은 불쾌지수에 화가 치솟으면 또 다시 미스 샷이 발생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 더구나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더 힘들다. 여름철 무성한 러프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뛰거나 빨리 걷지 말고 평소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임해야 체력 소모도 덜하고 샷도 잘 된다.

코스 공략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롱 게임에서는 보상보다는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는 게 현명하다. 연못이나 개울 등 페널티 구역이나 OB(아웃오브바운즈) 지역은 철저하게 피하고 안전한 공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반대로 쇼트 게임에서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여름에는 높은 기온과 습도, 그리고 병충해 때문에 그린을 짧게 자를 수 없다. 잔디도 빨리 자란다. 이런 이유로 그린이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어프로치나 퍼팅을 할 때 평소보다 조금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브레이크는 덜 보고 미세한 경사는 무시하고 홀을 직접 겨냥해도 된다.

플레이를 하다 보면 옷이 금방 땀범벅이 될 수 있다. 냉감 소재 이너웨어를 착용하면 체온을 낮추고 자외선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젖은 옷에 피부가 쓸리는 것까지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서정우 캐디는 “팔토시 외에 반바지 안에도 이너웨어를 입으면 땀이 차더라도 걷거나 스윙을 할 때 훨씬 편하다”고 조언했다.

낙뢰 칠 때 샷하는 건 자살행위!

여름 라운드에서는 낙뢰도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골프장에서 낙뢰 사고로 사망한 사례도 여럿 있다. 낙뢰는 큰 나무, 뾰족하거나 금속성 물체가 있는 곳에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대기가 불안정할 때 페어웨이 한 가운데서 샷을 하거나 우산을 쓰고 있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프로골프 대회의 경우 웬만한 비에도 플레이를 이어가지만 낙뢰주의보가 내리면 곧바로 중단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플레이 도중 낙뢰 조짐이 보이면 곧바로 라운드를 중단하고 카트를 타고 클럽하우스로 이동하는 게 최선이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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