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금 돌려막기 의혹'에 "재무조직 없다" 잡아뗀 티메프

구영배·류광진·류화현, 국회 정무위 현안 질의 출석
티메프 재무는 큐텐테크놀로지에 위탁한 상황
세 대표 모두 티메프 재무조직 설명하지 못해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티몬·위메프(티메프) 대표들이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 관련 국회 현안 질의에 참석했지만 "티메프 내에는 재무 조직이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30일 국회 정무위에 류화현 위메프 대표(왼쪽부터), 류광진 티몬 대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질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티몬·위메프(티메프) 대표들이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이번 사태 관련 대표 세명이 국회에 출석했지만 티메프 재무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류광진 티몬 대표는 티메프 판매대금의 행방을 묻는 질문에 "큐텐그룹 내 큐텐테크놀로지(큐텐테크)라는 회사가 티몬의 재무를 관리했다"고 답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도 위메프의 재무를 큐텐테크에 위탁하고 있다고 했다.

류광진 대표는 "티몬은 MD와 마케팅만 있는 사업조직으로 재무 조직이 없다"며 "재무는 큐텐테크에서 맡고 있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구영배 대표 역시 티메프의 재무구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정무위 회의장에 티메프 재무를 맡고 있는 재무본부장이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구 대표는 "재무본부장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대응했다.

티메프의 재무를 계열사 내 다른 회사에 위탁한 구조가 판매대금 유용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구 대표는 티메프 등 큐텐그룹 판매대금 400억원가량을 이용해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인수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다만 해당 금액은 모두 한달 내에 상환했고 상환했다는 증거가 있다는 입장이다. 구 대표는 "그것(판매대금 유용으로 위시 인수)이 판매자 정산대금의 지연사태로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무위 현안질의에는 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등이 참석했다. 구 대표와 류광진 대표는 사태 발생 이후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은 재무조직뿐 아니라 판매대금의 행방, 앞으로의 해결책 등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정무위 출석 위원들은 세 대표에게 "왜 나온 거냐"며 질타했다.

구 대표는 "나름의 의견을 피력해 어떻게 해결할지 등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데 (오늘 정무위에서) 지적하신 부분들이 뼈 아파서 말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구 대표는 "(티메프 사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인데 당장 동원할 수 있을지는 의문" "미정산금은 큐텐그룹으로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티메프 인수 당시부터 자본잠식 상태였지만 비용을 줄여서 운영하는 이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등 피해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답을 늘어놨다.

김서현 기자 rina2362@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