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쪽마루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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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가 넘는 무더위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등줄기에 흘러 시원한 곳과 음료를 찾게 되는 계절이다.
건물 외벽에도 조그마하게 덧달아낸 마루가 있는데 바로 쪽마루다.
쪽마루는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잠시' 쉼을 제공해주는 공간이며, 들판에서 일하고 '잠시' 집에 오신 아버지에게는 휴게의 공간이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갈 때 '잠시' 걸터앉아 옷도 털고 신발도 정리할 수 있는 생활의 완충 공간이다.
바쁜 일상 가운데 나의 마음에 쪽마루 같은 '잠시' 여유의 공간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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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가 넘는 무더위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등줄기에 흘러 시원한 곳과 음료를 찾게 되는 계절이다. 지금이야 에어컨·냉장고 등의 현대 문명으로 무더위를 극복하고 있지만 우리 조상들은 어떤 생활의 지혜와 과학으로 이겨냈을까?
생활하는 데 있어 무더위를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는 통풍이다. 그래서 잠을 잘 때 시원한 대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통(죽부인)을 만들어 부인처럼 껴안고 잤다. 또 대나무로 등토시·등등거리를 만들어 옷을 입기 전 착용해 몸과 옷을 이격시켜 통풍이 잘되게 했고 옷감도 통풍이 잘되는 베와 백 모시 등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
건축에서도 더위를 극복하기 위하여 통열구조(通熱構造)인 마루를 만들었다. 집을 지을 때 앞마당은 햇빛을 잘 받게 빈 공간으로 두고 뒷마당은 음영지가 되도록 하여 앞마당과 뒷마당에 생긴 온도 차로 자연스럽게 대류 현상을 일으켜 시원한 바람이 마루를 지나가게 한 것은 지혜이며 과학이다.
집 안에 마루는 대청·누마루·툇마루가 있다. 대청은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놓이고 다른 공간에 비해 크게 만든다. 이유는 조선 시대에는 대청에서 제사를 지냈기 때문이다. 누마루는 지면에서 높이 띄워 지면의 습기를 피하고 통풍이 잘되도록 한 원두막 형식의 마루를 말한다. 조선 시대 전기에는 많은 유학자들이 경치 좋은 곳에 원두막처럼 정자나 누각을 지어 놓고 사용했으나 조선 후기에는 이러한 누각이 사랑채에 설치되기 시작해 보통 사랑채 전면에 한칸을 튀어나오게 하여 누마루를 깔아 그 역할을 하도록 했다. 툇마루는 기둥과 방의 완충 공간인 퇴에 깔린 마루이다. 외부에 개방돼 있으면서 안방과 건넌방·부엌 등의 동선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건물 외벽에도 조그마하게 덧달아낸 마루가 있는데 바로 쪽마루다. 툇마루보다 폭이 좁으며 작고 볼품없지만 농경문화에서 여유와 쉼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쪽마루는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잠시’ 쉼을 제공해주는 공간이며, 들판에서 일하고 ‘잠시’ 집에 오신 아버지에게는 휴게의 공간이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갈 때 ‘잠시’ 걸터앉아 옷도 털고 신발도 정리할 수 있는 생활의 완충 공간이다.
쪽마루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공간이지만 ‘잠시’ 안에 많은 것을 담은 여유의 공간이다. 바쁜 일상 가운데 나의 마음에 쪽마루 같은 ‘잠시’ 여유의 공간을 담아본다.
이규혁 건축가·한옥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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