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작 칼럼] 기후플레이션 대응 박차 가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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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후변화와 영세한 농가규모 등 구조적인 변화에 의한 인플레이션을 통화정책으로 해소할 수 없으니 농산물 수입 확대를 통한 물가안정도 고려할 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례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반박과 한국은행 전문가의 재반박이 이어졌지만, 농업계 내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생산의 불안정성과 가격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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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가뭄·홍수·폭염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바로 농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현상을 일컫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라는 용어 역시 일상에서 더 자주 마주친다. 코코아 주산지인 서아프리카에서는 가뭄으로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세계 코코아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리브의 주산지인 스페인에서는 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올리브 생산량은 줄고 가격은 폭등했다. 리소토용 쌀을 생산하는 이탈리아에서는 2년째 가뭄이 계속돼 생산량이 약 30% 감소했고, 유럽에서는 감자 생산량이 최대 15%까지 감소하는 바람에 일부 국가에서는 가격이 두배까지 치솟았다.
영국의 에너지 및 기후정보 싱크탱크는 2023년 영국에서 식품 가격 상승 요인 중 3분의 1은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중앙은행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전세계 물가 상승률이 앞으로 10년 이내에 연간 최대 3.2%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후변화와 영세한 농가규모 등 구조적인 변화에 의한 인플레이션을 통화정책으로 해소할 수 없으니 농산물 수입 확대를 통한 물가안정도 고려할 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농업계는 우려와 분노를 표출했지만 불과 두달 후 한국은행에서는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은 총재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이례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반박과 한국은행 전문가의 재반박이 이어졌지만, 농업계 내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생산의 불안정성과 가격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여파로 소득 대비 식비의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의 삶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도 우려하고 있고, 올해처럼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는 사태가 자주 발생한다면 농업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 옅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이해하고 있다. 기후플레이션을 줄일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기후대에 맞는 품종의 개발과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농업기술의 보급을 서둘러야 하고, 기후스마트농업을 통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지적한 낮은 노동생산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영농 단위의 규모화도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투자 대비 수익이 날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경북에서 추진하는 공동영농사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작물의 선택과 경영을 농업법인에 맡겨 영농 단위를 규모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마을이나 지구 단위로 농지를 규모화하면 토지 이용 효율성을 높이고 대형 농기계 사용으로 생산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높아진 노동생산성은 결국 농가의 수익으로 전환된다.
물론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기후변화 영향을 완화하고 수급불균형 폭을 줄일 수 있겠지만 극한기상에 의한 영향을 없앨 수는 없다. 주요 농산물에 대해서는 일정 비율을 수출할 경쟁력을 확보해야 탄력적으로 국내 수급조절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조건이 충족될 때 농산물 수입 여파도 줄일 수 있다. 기후변화 속도가 가파르다. 농업혁신에 속도를 높여 기후플레이션 대응에 박차를 가할 때이다. 농가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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