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쉰다" "복귀 이유 없어"…주요 대학병원, 전공의 지원자 '0명'
개원, 해외취업 관심…의협 연수 강좌 2시간 만에 마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하반기 전공의 7600여 명 모집을 위한 지원자 신청이 31일 마무리되는 가운데, 빅5 등 주요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지원자 수가 한 자릿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는 추가로 내놓을 대책은 없다며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가톨릭중앙의료원 등 빅5 병원에 지원한 전공의는 전날(30일) 기준 0명이거나 극소수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전날을 기준으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한 지원자는 0명"이라며 "채용 등에 대한 문의전화도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빅5 대학병원 관계자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한 (사직) 전공의는 없다"며 "아무도 (전공의 모집에) 오지 않았다"고 했다.
경상도 소재의 한 병원 관계자는 "31일 접수가 끝나고 지원자 수를 봐야 정확한 지원 규모를 알 수 있다"면서도 "지방 병원은 수도권보다 상황이 더 안 좋지 않겠느냐"라고 토로했다. 다른 지방 대학병원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도 하반기 모집을 통해 복귀하려는 전공의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료 현장과 수련 과정을 조속히 정상화하기 위해 수련 특례를 적용할 예정이지만 아직 지원 인원은 많지 않은 실정"이라고 했다.
각 수련병원은 이날 오후 5시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서류를 접수한다. 하반기 채용 인원은 인턴 2525명, 레지던트 1년차 1446명, 레지던트 상급연차(2~4년차)는 3674명 등 총 7645명이다.
이중 서울대병원은 레지던트 1년차 7명, 상급연차(2~4년차) 25명을 채용한다. 서울아산병원은 레지던트 상급연차 309명을, 세브란스병원은 레지던트 1년차 158명, 상급연차 410명을 모집한다. 삼성서울병원은 레지던트 1년차 97명, 상급연차 282명을, 서울성모병원 등 8개 병원을 산하에 두고 있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은 레지던트 209명, 상급연차 590명을 뽑는다.
하반기 레지던트 1년차 지원자는 다음달 17일부터 진행되는 필기시험에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 필기시험 과목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4과목이다. 필기시험 총점(50점)의 40% 미만으로 득점한 경우 불합격 처리된다. 지원자들은 모두 다음달 20~21일 각 수련병원에서 실기 및 면접 시험을 치르게 된다. 합격자 발표는 같은달 22일이다.
상급연차 레지던트 지원자는 다음달 5일부터 7일까지 면접 및 필기시험을 치르게 된다. 합격자 발표는 같은달 9일이다.
사직 전공의들은 대학병원으로 복귀하기보다는 일선 병·의원에 취업하거나, 미국 의사 면허 시험을 준비해 해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을 사직한 한 전공의는 "(전공의) 수련을 다시 받겠다는 동료들은 거의 없다. 일부 인기과, 3~4년차 중 극소수만 복귀를 할 계획이다"며 "눈치를 보다가 마지막에 원서를 넣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1년은 쉬자'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을 사직한 전공의도 "교수, 전공의들 모두 복귀를 좋게 보지 않는데 수련병원으로 복귀할 이유가 없다"며 "개원가 급여가 낮아졌다고 하지만 일하는 시간 대비 받는 돈에 비하면 대학병원보다 낫다"고 했다.
개원에 대한 전공의들의 관심도가 높아지자 의협은 다음달 4일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 프로그램을 열기로 했다. 사직 전공의 2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강좌는 2시간 만에 접수가 마감됐다.
정부는 하반기 복귀 전공의 수련 특례의 하나로 수련기간을 단축하는 등 추가적인 대응책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수련 과정을 마치면 그해에 전문의를 딸 수 있도록 전문의 시험을 추가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또 복귀 전공의의 신상을 공개하는 등 복귀를 방해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엄중대처할 방침이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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