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특례대출의 '딜레마'

이수현 2024. 7. 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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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중…거래량 늘리고 집값 상승" 지적
"저출산 악화일로…모든 방법 동원해야" 반론도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서울 주택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정부가 출시한 신생아 특례대출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집값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대출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경기도 안양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사진=뉴시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출시된 신생아 특례대출은 지난달 21일까지 총 2만3412건, 5조8597억원의 대출 신청이 접수됐다. 이 중 주택 구입 자금 대출(디딤돌) 신청은 1만5840건, 4조4050억원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대출은 수요가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수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건수의 33%(5269건)이 사용됐고 인천(8.1%), 서울(7.7%)이 뒤이었다.

신혼부부의 시세가 9억원 이하 주택 구입 자금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된 신생아 특례대출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표적인 저출산 대책 중 하나로 꼽힌다. 가장 주택 수요가 많은 수도권 주택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분석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방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산율 하락 원인으로 △전년도 출산율 하락 △높은 주거비(매매·전세) △사교육비 등을 지목했다. 이에 연구원은 저출산 대책으로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주택취득세 면제제도 등 지원을 제안했다.

◇ 신생아 특례, 주택 가격 영향 줬나...업계 설왕설래

문제는 올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셋값과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매매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상승폭 또한 매주 커지면서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는 지난 7월 4주(22일)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0% 상승하며 5년 10개월여 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 용마산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사진=이수현 기자]

서울에 이어 경기도와 인천 등 인근 지역도 아파트 가격이 상승곡선을 이어가면서 신생아 특례대출의 '책임론' 또한 불붙고 있다. 정부가 저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해 수요자의 주택 구매 부담을 줄였고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생아 특례대출로 수도권 주택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주택을 매도한 수요자가 여유 자금과 주택 매도 자금을 활용해 서울 주택을 매수할 수 있다"면서 "신생아 특레대출이 시행되면서 기존에 주택을 보유한 수요자가 상급지 주택을 매수하는 연쇄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신생아 특례대출을 사용하는 대상이 신혼부부 등으로 제한적이고 대상 주택 가격이 9억원 이하인 만큼 서울 아파트 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또한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출산 조건이 있고 순자산, 주택 연면적 제한도 있어 이것 때문에 집값이 오르지는 않는다"면서 "지금 3조원 정도가 상반기 대출이 이뤄졌는데 부작용이 있을지 우려는 하고 조심해서 보고 있으나 치명적인 부작용까지는 안 갔다고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 "출산율 반등 위해 모든 수단 동원해야" vs "집값 올려 출산율에 도움 안 돼"

통계청이 지난 24일 발표한 2024년 5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출생아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514명(2.7%) 증가한 1만9547명이다. 4월 이후 두 달 연속 출생아 수가 늘어나는 등 상승세가 이어졌다.

전국 월별 출생 추이. [사진=통계청]

다만 해당 출생아 수 반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혼인 건수가 늘어난 점이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신생아 특례대출의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주택 시장과 출산율에 준 효과가 미지수로 남은 상황에서 대출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도 엇갈린다. 출산율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과 집값 상승을 유발해 출산율을 더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오는 탓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율이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집값에 대한 논쟁으로 시간을 소모할 수 없다"면서 "저출산 해결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익명을 요청한 전문가는 "이미 주택을 가지고 있는 수요자는 집값이 오르면 더 많은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다수 수요자가 집을 살 수 있을 정도의 자금 여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아이가 태어난 가정이 대출을 받은 후 대출 이자와 함께 향후 발생하는 육아비와 보육비, 사교육비를 지불할 수 있는 수요자가 많은지는 또 다른 문제"라며 "육아비용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상황에서 정부가 저금리 대출 상품으로 주택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주택 가격이 올라 출산율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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