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두달째 협상 한번 없이 강대강 대치만….22대 국회 합의 처리 안건은 '0'
이마저도 여당 반대…야당 일방 처리한 것
'대통령 거부권 행사→재의결→법안 폐기' 반복
여야 강대강 대치로 개원 두달째 민생 외면
"서로 못 믿고 인정 안 해…대선 때까지 이어질 것"
[서울=뉴시스] 이승재 한재혁 기자 =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을 넘겼지만, 현재까지 여야 합의를 통해 통과시킨 법안은 없다. 거대야당이 법안을 일방 통과시키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돌아오고, 재의결 절차를 거쳐 폐기되는 일이 반복된다. 앞으로도 당분간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민생 현안은 여야가 협상 한번 못하고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31일 국회 의안통계를 보면 22대 국회 접수 의안은 전날 기준 2408건이며, 이 가운데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안은 5건이다.
여기에는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안 일명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방송 4법이 포함된다.
이는 모두 여당에서 반대한 법안들이며, 표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상정과 함께 본회의장을 나와 규탄대회를 열고, 야당 의원들은 줄을 서서 일제히 찬성표를 던지는 장면만 되풀이될 뿐이었다.
그나마 통과된 법안도 폐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법안들은 다시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재의결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질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이 무력화되지만, 아직까지 의미 있는 수준의 '이탈표'는 나오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앞서 채상병 특검법이 폐기됐고, 방송 4법도 대통령실에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계속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일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과 2024년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25만원 지원법) 등에 대해서도 여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했다.
앞서 방송 4법의 경우에도 여당은 5박 6일 동안 각 법안이 상정될 때마다 필리버스터로 대응해 왔고, 야당은 24시간마다 이를 강제로 중단시킬 수 있는 토론 종결권을 활용해 법안을 처리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원회에서 숙의되지 않은, 여야 간 합의되지 않은 법안들이 일방적으로 본회의에 계속 상정되면 국민들에게 법의 부당성을 알리는 무제한 토론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의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 4법을 또다시 거부하고 독재의 길을 고집한다면 그가 추앙하는 역대 독재 정권의 말로를 그대로 따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21대 국회 후반기때 여야가 합의점을 찾는 듯했던 연금개혁 등 시급한 민생 과제와 관련된 논의는 모두 실종됐다. 상속세, 금융투자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법개정안에 포함돼야 하는 민감한 현안들에 대한 여야 이견 조율 과정도 전무하다.
벌써부터 연말 예산안 처리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심지어 여야 이견으로 준예산 편성을 해야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개원식도 아직 열지 못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13대 국회부터 개원식이 열리지 않은 적은 없다.
여야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쉽게 돌파구가 마련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서로를 못 믿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차기 대선 때까지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소장은 "여당은 채상병 특검법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대통령실에서 민감해하는 법안들만 올라오니 야당과 대화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민주당은 지지층이 해당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영수회담 이후에 이태원 특별법을 합의 처리한 것처럼 그 모델을 계속해서 가져가야 한다"며 "결국 최종적으로 야당이 용인해 줘야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니, 국민의힘에서도 쟁점이 없는 법안을 열심히 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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