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올림픽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

최은영 2024. 7. 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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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재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장]지구촌 한편에서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평화를 상징하는 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2024 파리올림픽은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라는 슬로건 아래 친환경과 참여올림픽으로 열리고 있다. 개막식부터 경기장이 아니라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강에서 에펠탑까지 선수들이 배를 타고 행진하는 등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이번 올림픽의 또 다른 특징은 ‘폭염’이다. 대회 시작 전부터 ‘더위와의 전쟁’이 예고됐다. 영국 지속가능스포츠협회와 호주 스포츠단체가 발표한 ‘불의 고리’(Ring of Fire)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이번 올림픽이 지난 도쿄올림픽의 기온 34도, 습도 70%보다 더 더울 것으로 전망됐다. 일찌감치 역사상 가장 더운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파리올림픽에 참가 중인 선수의 건강과 안전이 우려된다.

이런 무더위가 예고되자 미국, 영국 등 부자 나라는 자국 선수들의 건강과 컨디션 유지를 위해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겠다고 나섰다. 우리나라도 선수단 보호를 위한 무더위 대책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가난한 국가들은 주최 측이 제공한 선풍기로 무더위를 견뎌야 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세계 평화를 지향하는 올림픽 정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올림픽 같은 세계적인 축제가 열릴 때 더 바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배달노동자들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도쿄올림픽 기간 중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주문량이 평소보다 35% 증가했으며 2022년 카타르월드컵 때도 한국대표팀의 경기가 있던 날에는 평소보다 배달 주문이 24%나 늘었다고 한다. 이번 올림픽 기간에도 음식배달 주문이 크게 늘 것이다.

배달 노동은 플랫폼상에서 앱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노동이다.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배달 노동은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 필수노동으로 자리 잡았으며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의 출현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노동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 낸다. 실제로 배달노동자들의 배달 중 사고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음식 배달노동자 산업재해 승인의 경우 지난 2019년 537건에서 2022년 3879건으로 7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 또한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이륜차 사고는 매년 늘고 있다. 사고가 증가하는 주된 요인으로는 장시간 노동의 열악한 배달 환경이 꼽힌다.

음식 배달 중 끊임없이 울리는 배달 알림과 배달이 지연될 경우 인공지능 앱이 보내오는 문자는 더 빠른 배달을 재촉하게 된다. 특히 올림픽 기간이나 비가 오는 날, 야간 등에 더 높은 배달료를 지급하는 프로모션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배달노동자를 유혹한다. 이러한 유혹은 속도를 높이는 등 위험을 부르고 결국 사고로 이어진다.

이번 올림픽은 대부분의 경기장에서 에펠탑을 볼 수 있게 경기장을 배치했다고 한다. 에펠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안전 비밀이 있다. 1889년 프랑스는 세계박람회를 기념하는 조형물인 에펠탑을 세우기로 했다. 그런데 전통과 문화의 도시 파리에 80층이 넘는 철재 구조물이 들어선다는 것을 알고 시민과 예술가들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탑을 지은 건축가 구스타브 에펠은 반대 여론이 들끓자 탑을 안전하게 건축하기로 하고 건축기술자 250명을 직접 선발해 안전교육과 훈련을 시킨 후 공사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작업을 직접 챙겼다. 그 결과 공사 중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위험을 생산하는 자가 안전을 책임진 사례다.

현대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한 ‘위험사회’의 저자 울리히 벡은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위험보다 생산 중심의 논리가 사회를 압도했다면, 현대 위험사회에서는 위험의 생산과 분배 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올림픽을 치르면서도 올림픽을 접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올림픽 기간에도 전쟁을 치르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올림픽 경기에 나서 더위를 피하는 선수들과 견뎌야 하는 선수가 있다. 몰려드는 주문에 위험한 줄 알면서도 속도를 내 배달 일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대는 위험사회다. 위험을 생산한 자가 책임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최은영 (eun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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