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 "폰지 사기" 비난 속...구영배, 미정산 금액 마련 계획 못 내놔

박준석 2024. 7. 31.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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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 현안 질의 출석
"피해자께 죄송" 거듭 사과
정작 자금 조달 계획은 '빈 칸'
위시 인수 때 티메프 자금 활용
여야 모두 "폰지 사기" 질타
구영배(오른쪽) 큐텐그룹 대표가 30일 국회 정무위에서 열린 티몬 위메프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에 따른 현안 질의에 출석해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구 대표 왼쪽으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고영권 기자

수 천억 원대 정산금 미지급 사태를 빚은 티몬·위메프의 오너 격인 구영배 큐텐 대표가 30일 처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 대표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쏟아지는 질타에 수십 차례 "죄송하다",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최대 1조 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판매자(셀러) 대금 정산 문제를 수습할 구체적 해법은 내놓지 못했다.


그룹 실탄은 최대 800억 원..."中에 묶여 있다"

30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티몬, 위메프 정산지연 사태 피해자들이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사태 긴급 현안 질의는 구 대표의 사과로 시작됐다. 그는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이번 사태에 대해 입장을 묻자 "피해를 입은 고객과 판매자,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죄송하다"며 허리를 굽혔다. 그러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 제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 대표는 구체적 자금 조달 계획은 내놓지 못했다. 그는 "그룹 내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800억 원"이라면서도 "중국에 묶여 있어 바로 쓸 수 없다"고 했다. 설령 800억 원을 들여온다 해도 이는 현재까지 정부가 파악한 5월 판매분 미정산 금액 2,100억 원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구 대표가 자신이 가진 큐텐 지분 38%를 내다팔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큐텐이) 잘 나갈 때는 5,000억 원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담보를…"이라며 말 끝을 흐렸다. 이번 사태로 큐텐 지분 가치가 떨어져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의미다.


미국 '위시' 인수에 판매 대금 썼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관련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큐텐 지분 외 개인 재산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지마켓을 매각하고 700억 원 정도를 받아 큐텐에 다 투입했다"고 답했다. 당장 티몬·위메프에 투입할 수 있는 사재 또한 없다는 취지다. 대신 구 대표는 "(국회, 정부가) 약간만 도와주시면 다시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거듭 호소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구 대표를 겨냥해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자금 추적 과정에서 불법의 흔적이 있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고 쏘아 붙였다.

실제 구 대표는 2월 북미·유럽 기반 쇼핑 플랫폼 '위시(Wish)'를 2,300억 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티몬·위메프의 정산 대금 일부가 활용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인수 때 현금으로 들어간 자금이 400억 원인데 (판매 대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인수 이후 위시의 유보 현금으로 400억 원을 갚았으며 "이번 지연 사태와는 관련이 없다"며 선 긋기를 시도했다. 다달이 티몬·위메프로 흘러 들어간 1조 원 안팎의 판매 대금이 어디로 흘러갔느냐는 질문에는 "가격 경쟁을 하다 보니 대부분 프로모션으로 썼다'고 답했다.

또 구 대표는 큐텐이 인수한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에서 미정산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했다. 미정산 사태가 그룹 전체로 확산 수 있다는 뜻이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관련 긴급현안 질의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김소영 금융위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스1

이에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구 대표를 강하게 질타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자금 경색으로 판매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기 어려운 사정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물품 판매를 계속해왔다"며 "의도된 사기 행위"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전날(29일) 구 대표가 지분 매각 등 사태 수습에 나서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뒤 반 나절 만에 법원에 티몬·위메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을 거론하며 "고의 부도, 폰지 사기 의혹이 있다"고 했다.


"정부는 뭐했나" 與野 모두 질타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30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위메프 본사의 류화현 대표이사 방에 피해자들이 붙인 종이가 붙어 있다. 최주연 기자

정부 책임론도 나왔다. 전자금융감독규정 63조는 티몬·위메프 같은 전자결제대행(PG) 업체에 대해 '자기자본이 항상 0을 초과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금감원은 티몬과 위메프가 2022년부터 자본 잠식으로 이 규정을 지키지 못하자 같은 해 6월 경영개선협약(MOU)을 체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2022년 6월 MOU 자료를 보면 티몬의 자기자본은 -4,700억 원, 미상환 잔액 비율이 14만8,000%였고 2024년 3월에는 수치가 -8,300억 원, 미상환 비율 30만%가 됐다"며 "(금감원은) 이런 업체가 제대로 영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느냐"고 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족한 부분에 대해 거듭 사과 드린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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