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헐고 고층 올려야 이득?…'한국판 테이트 모던' 만든 이 사람 소신
[편집자주] 흉물 리모델링·님비(기피·혐오)시설 유치와 같은 '혁신적 아이디어(Innovative Ideas)'를 통해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I-노믹스(역발상·Inverse concept+경제·Economics)'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비영리단체(NGO) 등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역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재래시장과 빈집, 발길 끊긴 탄광촌과 교도소, 외면받는 지역축제 등이 전국적인 핫플(명소)로 떠오르면서 지방소멸 위기를 타개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직접 이런 사례를 발굴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조선시대 때부터 직물산업의 중심지였던 강화도엔 1936년 자본금 50만원에 조양방직이란 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 관련 설비를 갖춘 공장이 들어섰다. 하지만 직물산업 중심지가 대구로 옮겨가면서 강화도는 빠르게 몰락했다. 조양방직도 1958년 폐업했다. 직물공장도 반세기 넘게 흉물로 방치돼있다 2017년 한 사람의 손길을 거치면서 이젠 지역을 대표하는 휴식공간이자 랜드마크로 자리를 잡았다.
이 모든 성과를 만들어낸 이용철 조양방직 대표(59세)를 강화도에서 직접 만났다. 20년 가까이 서울 인사동에서 고미술품 등을 다뤄온 그는 우연히 조양방직을 소개받고 한눈에 반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을 벗어난 너무 특별한 곳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가 조양방직을 처음 마주하고 느낀 매력에 이젠 수많은 사람들도 공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조양방직 자체가 하나의 미술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저랑 마찬가지로 내부 구조물의 아름다움, 이 안을 채운 소품들을 보고 오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2018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갈수록 찾아오는 손님들이 급증하고 있다. 어느덧 직원수는 30명을 넘어섰다. 이날도 수백개가 넘는 좌석이 꽉 차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올해부턴 중국 등에서 외국인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 외국인들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 같고, 올해 유난히 자주 오는 것 같다"면서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경로로 조양방직을 알아봐주시고, 버스 등을 대관해 단체로 오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폐공장의 성공적인 변신을 경험한 젊은층은 조양방직을 한국의 테이트 모던으로 소개하고 있다. 테이트 모던은 영국 도심에 방치돼있던 화력발전소를 현대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해 성공한 대표 사례로 유명하다. 이렇게 전국에 입소문이 나면서 폐공장이나 폐건물 같은 골칫거리를 해결하고 싶은 지방자치단체들까지 조양방직을 찾아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조양방직 수준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곳은 없다. 이 대표는 "조양방직은 재방문율이 다른 지역카페들보다 높은 편"이라며 "방문객이 올 때마다 달라지는 느낌을 받고, 우리도 그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자주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도시에선 도시재생 사업이 비효율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 대표는 지역소멸 문제가 심각한 지방에선 유일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서울에선 낡은 건물을 방치하기보단 허문 뒤 고층건물을 올리는 효율적 사업이 가능하고, 투자도 잘 이뤄진다"며 "반면 강화도 같은 지역은 현실적으로 건물을 헐고 높은 건물을 새로 올릴 만한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자원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게 곧 경쟁력이자 먹거리"라고 단언했다.
지역사회에서도 조양방직의 기여도를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조양방직 덕분에 강화군에 석모도 등 다른 마을도 돌아보신단 분들도 있고, 인구 유입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해줘서 고맙단 말도 들었다"며 "아직 모자라지만 조금씩 동네에 변화가 생기고 있고, 몇년 안에 서울 익선동처럼 큰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조양방직은 현재도 변신이 진행 중이고, 끊임없이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조양방직을 통해 강화도의 신문리란 마을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구석구석을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화(인천)=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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