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삼수생 이우석, 결승전 ‘퍼펙트 10’으로 한풀이

파리=이헌재 기자 2024. 7. 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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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제가 파리 올림픽에 와서 금메달을 딸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양궁 이우석(27)은 30일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끝난 파리 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우승한 후 이렇게 말했다.

이우석, 김우진(32), 김제덕(20)이 팀을 이룬 한국 대표팀은 8강과 4강, 결승에 이르기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 끝에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처음 올림픽 무대에 선 이우석만 생애 첫 금메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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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비운의 궁사에서 3연패 주역으로
2016년 리우 선발전 아쉬운 4위… 도쿄 티켓 땄지만 코로나로 무산
파리서 결승전 6발 모두 10점 명중… “김우진-김제덕, 개인전서 안봐줄것”
김제덕 김우진 이우석(왼쪽부터)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이 파리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딴 후 손가락과 금메달로 숫자 ‘101’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이들이 딴 금메달은 한국의 여름올림픽 역대 101번째 금메달이다. 파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그냥 제가 파리 올림픽에 와서 금메달을 딸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양궁 이우석(27)은 30일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끝난 파리 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우승한 후 이렇게 말했다. 이우석, 김우진(32), 김제덕(20)이 팀을 이룬 한국 대표팀은 8강과 4강, 결승에 이르기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 끝에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앞선 두 번의 올림픽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딴 김우진은 개인 세 번째 금메달, 역시 도쿄 올림픽 2관왕 김제덕 역시 세 번째 금메달이었다. 처음 올림픽 무대에 선 이우석만 생애 첫 금메달이었다.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기까지 이우석은 많은 눈물을 쏟아야 했다. 하지만 ‘비운의 궁사’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떨쳐낸 것은 오롯이 그의 땀과 노력이었다.

“한국 선수 중에서 가장 좋은 자세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2014년 청소년 올림픽에서 17세 이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첫 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3명을 뽑는 최종 평가전에서 아쉽게 4위를 한 것. 그는 뒤에서 지켜보던 어머니와 함께 많은 눈물을 흘렸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은메달을 땄다. 올림픽 금메달도 쉽게 따는 한국 양궁이 아시안게임에서 무너진 것이다. 병역특례 기회를 놓친 그는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다. 이우석은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꿈에 그리던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연기됐고, 이듬해 다시 치른 선발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계속된 시련 속에서 이우석은 더 단단해졌다. 대표팀 맏형이던 오진혁은 “갖은 시련을 겪으면서 이를 다 이겨낸 선수다. 처음 봤을 때 아이 같았지만, 지금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10점을 쏠 수 있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대표 선발전을 2위로 통과해 마침내 밟은 올림픽 무대에서 이우석은 그동안의 한을 씻기라도 하듯 화살을 과녁 한가운데에 꽂아 넣었다. 1번 사수로 나선 그는 프랑스와의 결승에서는 6발의 화살이 모두 10점을 기록하는 ‘퍼펙트 경기’를 펼치며 금메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우석은 “마지막 화살을 쏘면서 어머니 얼굴이 많이 떠올랐다. 선발전에서 떨어질 때마다 많이 우셨고, 나도 함께 울었다”며 “마지막 한 발로 그간의 불운을 끝낸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그게 운 좋게 10점을 맞히면서 퍼펙트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제 이우석은 어제까지 한 팀이었던 김우진, 김제덕과 개인전에서 만난다. “절대 봐주지 않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진 이우석은 “서로 같이 열심히 해서 4강전, 결승전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남자팀 임동현 코치가 18년간 대표 선수 생활을 했다. 임 코치께 그 기록을 내가 깨보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당장의 목표는 눈앞의 금메달이다”고 말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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