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시니어 데뷔 2년 만에 동메달…번개처럼 진화하는 이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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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도 이준환(22·용인대)의 경력을 언뜻 보면 별다른 고생은 겪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준환은 2022년 6월 첫 시니어 국제대회였던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고, 20여일 뒤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에선 도쿄 올림픽 금·동메달리스트를 차례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이후 이준환은 2023년 1월 포르투갈 그랑프리, 12월 도쿄 그랜드슬램, 올해 4월 아시아개인선수권대회를 차례로 제패했다.
시니어 무대를 밟자마자 국제대회 2연속 우승을 거둔 이준환은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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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유도' 선포하고 동메달 쾌거…천적 그리갈라쉬빌리는 숙제
(파리=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한국 유도 이준환(22·용인대)의 경력을 언뜻 보면 별다른 고생은 겪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준환은 2022년 6월 첫 시니어 국제대회였던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고, 20여일 뒤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에선 도쿄 올림픽 금·동메달리스트를 차례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이준환을 국제유도연맹(IJF)은 '번개맨'이라고 칭하며 "선수 소개가 끝나기도 전에 한판승을 따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다"라고 극찬했다.
이후 이준환은 2023년 1월 포르투갈 그랑프리, 12월 도쿄 그랜드슬램, 올해 4월 아시아개인선수권대회를 차례로 제패했다.
작년과 재작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동메달을 획득했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30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81㎏급 동메달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번개맨' 이준환의 등장은 그 뒤에 남모를 아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려움은 10대와 20대에 한 번씩 찾아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유도를 시작한 이준환은 고등학교에서 큰 벽을 만났다.
남자 73㎏급 국가대표 이은결(23·세종유도회)과 같은 체급에서 경쟁했는데 2년 동안 5번을 내리 졌다고 한다.
이준환도 "그땐 정말 유도를 그만두고 싶었다"고 돌아볼 정도로 맘고생을 했다.
그러나 고난은 이준환을 성장시켰다. 이준환은 이 시기를 거치며 주특기인 소매들어업어치기 기술을 완성했다.
시니어 무대를 밟자마자 국제대회 2연속 우승을 거둔 이준환은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이목을 끌었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자들이 이준환을 치밀하게 분석하게 됐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준환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업어치기는 시간이 갈수록 먹혀들지 않기 시작했다.
메달권에는 꾸준히 진입했으나 세계 톱랭커들과의 한끗 차이 싸움에서는 조금씩 밀렸다.
김영훈 용인대 지도교수는 "다른 선수들로부터 견제가 들어와서 한참 힘들어했고 발목 등에 잔 부상이 많아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도 되치기에 당했던 이준환은 이후 "이기는 유도"를 천명했다.
자신의 장점인 과감성을 살리면서도 상대에게 역공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그러기 위해 이준환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잡기 싸움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움직임을 봉쇄하려는 경쟁자들에게 유리한 잡기를 내주지 않고, 반대로 자신이 선공에 나설 수 있도록 '포석'부터 신경 쓰겠다는 것이었다.
노력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준환은 이날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랭킹 1위 마티아스 카스(벨기에)에게 안뒤축후리기 절반승을 따냈다.
상대와의 잡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과감성을 중간중간 보여주면서도 신중함으로 경기를 끝냈다.
카스가 연장전 시작 48초에 메치기를 시도하자 이준환은 빈틈을 노려 발을 걸어 절반을 따냈다. 역공에 당했던 이준환이 반대로 역공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번개맨' 이준환의 진화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날 준결승에서 자신을 무릎 꿇린 '숙적' 타토 그리갈라쉬빌리(조지아·세계 2위)와의 천적 관계를 청산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이준환은 데뷔전이었던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결승전에서 그리갈라쉬빌리를 꺾은 뒤 이날까지 맞대결 3연패를 당했다.
작년과 재작년 세계선수권대회와 이번 올림픽까지 큰 대회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고 모두 결승 길목에서 당한 뼈아픈 패배였다.
그리갈라쉬비리는 준결승에서 이준환의 뒤쪽 깃을 잡아 왼 뒤쪽으로 넘겨버렸다. 염려했던 대로 불리한 잡기가 경기 패배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bin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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