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기후 맞서 14년 만에 댐 추진... 중단된 치수 사업 재개
국내 다목적댐 건설을 14년 만에 추진한다. 기후변화로 극단적 가뭄·홍수가 빈번해져 ‘물그릇’을 확보해 대비한다는 취지다. 2013년 ‘4대강 사업’ 종료 후 지난 정부를 거치며 중단된 국가 주도 치수(治水) 사업이 재개되는 것이다.
환경부는 30일 “기후 위기에 따른 홍수·가뭄을 예방하고 국가 전략 산업의 미래 용수 수요를 뒷받침할 ‘기후 대응 댐’ 14곳을 추진한다”며 후보지를 발표했다. 다목적댐 3곳, 홍수 조절댐 7곳, 용수 전용댐 4곳이 추진된다. 권역별로는 한강 권역 4곳, 낙동강 6곳, 금강 1곳, 영산강·섬진강 3곳이 예정됐다.
다목적댐 추진은 2010년 착공한 경북 영천 보현산댐(2211만t) 이후 14년 만이다. 그동안 댐 사업은 2013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끝난 후 토목 사업에 대한 환경·지역 단체의 반발로 추진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댐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2020년대 들어 우리나라는 세 차례 홍수, 한 차례 가뭄에 시달렸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이날 본지에 “댐 건설이 시급한 곳은 최대한 빠르게 추진해 임기 내에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목적댐은 한강 권역 2곳, 금강권 1곳에 만든다. 한강 상류엔 강원 양구 ‘수입천댐’(1억t), 경기 연천 ‘아미천댐’(4500만t)이 들어선다. 수입천댐은 이번 계획 중 덩치가 가장 크다. 하루 70만명이 쓸 수 있는 물이 확보된다. 1억t 넘는 다목적댐 추진은 2009년 착공한 경북 영주댐(1억8100만t) 이후 15년 만이다. 수입천댐과 아미천댐은 앞으로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 산업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금강 권역엔 상습 가뭄·홍수 지역인 충남 청양에 지천댐(5900만t)이 생긴다. 지천댐은 2012년 ‘댐 건설 장기 계획’에 포함돼 있었으나 전임 정부 때 추진이 무산됐다. 홍수 방어뿐 아니라 충남 서부 지역에서 하루 38만명이 쓸 물도 확보된다. 충청권 일대엔 작년에 이어 올 장마 기간에도 560.1㎜ 집중호우로 평년(360.7㎜)의 1.6배에 가까운 비가 내렸다. 청양군은 3년 연속 물난리가 났다.
용수 전용댐 4곳은 한강 권역 2곳, 낙동강 1곳, 섬진강 1곳으로 각각 결정됐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동복천댐은 하루 50만명분의 물을 공급하게 된다. 이 댐이 생기면 작년 수준의 가뭄이 광주·전남 일대에 또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수 조절댐 7곳은 낙동강 권역 5곳, 섬진강 1곳, 영산강 1곳에 추진된다. 이 중 낙동강 권역의 경북 김천 ‘감천댐’(1600만t), 경북 예천 ‘용두천댐’(160만t)은 새 댐이고 나머지는 기존 저수지나 댐을 재개발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번 댐 추진으로 총저수량은 3억2000만t, 이 중 생활·공업 용수 용량은 연간 2억5000만t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2억5000만t은 하루 22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댐 후보지 14곳 중 경기 연천, 강원 삼척, 경북 김천, 경북 예천, 경남 거제·의령, 울산 울주, 전남 순천·강진 등 9곳은 지자체가 신청한 지역이다. 한편 강원 양구, 충남 청양, 충북 단양, 경북 청도, 전남 화순은 환경부가 필요성을 고려해 추진한다. 댐을 건의한 경남도, 전남도, 삼척시, 연천군 등 지자체는 이날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양구군은 “댐 건설을 강력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환경 단체들은 “기후 문맹적 발상”이라며 댐 계획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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