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소리로 고장 찾아내던 ‘현장 달인’이 AI로 재탄생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박사과정을 밟으며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우주 탄생의 원리를 탐구하던 윤성호 연구원의 주요 일과는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의미를 찾는 일이었다. 지금은 ‘데이터 사이언스’라 불리지만 당시는 ‘빅데이터’라는 말도 생소했던 때였다. 병역 특례를 위해 삼성전자에 입사하며 기업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후 SK텔레콤에서 근무하며 산업 현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무렵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산업 현장에서는 통신과 센서 기술의 발달로 빅데이터가 정신없이 쌓이고 있었다. “AI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탈 기회”라고 생각한 그는 AI로 산업 빅데이터를 분석해 공장 지능화를 돕는 설루션을 개발했다. 윤성호(41) 대표가 2017년 ‘AI로 현실 세계를 지능화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창업한 ‘마키나락스’의 시작이었다.
마키나락스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AI를 활용해 공장 설비들의 고장을 예측해서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 현대차에서는 현장 ‘달인’ 들이 공장 설비의 소리나 움직임을 보고 고장의 징조(徵兆)를 찾아내거나 수시로 점검에 나서면서 유지 보수에 많은 비용이 들었다. 마키나락스는 제조 로봇의 온도, 진동, 토크 등 실시간 데이터와 고장 이력, 수리 빈도 등을 종합해 로봇이 고장 직전에 보이는 데이터 패턴을 AI에 학습시켰다. 윤 대표는 “5일 전에 고장 여부를 예측해 유지 보수를 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한화정밀기계에서 10년 동안 최적화해 더 이상 개선이 어렵다고 했던 부품 조립 속도를 단 6주 만에 7% 향상시킨 적도 있다. 이를 위해 각 기업이 AI 운영 환경을 스스로 구축하는 것보다 인건비는 75%, 클라우드 비용은 30%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마키나락스는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산업에 특화된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해 정보 검색부터 설비 제어, 수요예측 등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설루션도 제공한다. 전문가들이 붙어 작업했던 중공업 분야의 초기 설계(GA) 도면도, 이미지 분석이 가능한 멀티모달 AI를 통해 단시간에 얻을 수 있다. 공장 부품이나 제품 재고량 변화를 예측하거나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필요한 코드 작성도 마찬가지다. 윤 대표는 “작업자 숙련도 차이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문제 해결 속도는 높이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마키나락스는 2025년까지 LLM을 활용하는 서비스를 수백여 건 발굴해 사업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현재 AI가 작업자에게 문제 해결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작업자도 자연어로 AI에게 작업을 지시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작업자가 ‘1번 라인에 있는 자동차 프레임을 3번 라인으로 옮겨줘’라고 말하면, AI가 공장 설비들을 움직여 지시를 이행하는 식이다.
스마트 공장이 확산할수록 마키나락스를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 마키나락스의 매출은 2022년 약 32억원에서 작년엔 52억원으로 늘었다.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통해 북미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 등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로보틱스 기술을 LLM에 연결해 산업에 특화된 로봇 소프트웨어 분야로도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윤 대표는 “AI로 인해 현실 세계의 모든 것이 지능을 갖게 될 시대에 대비해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계속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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