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클 이후 첫 수원…박상원, 왜 고개부터 숙였을까 “황재균 선배는 나보다 선배, 100% 내 잘못” [오!쎈 수원]
[OSEN=수원, 이후광 기자] 벤치클리어링 이후 처음 방문한 수원KT위즈파크.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박상원은 호투로 팀 승리를 이끈 뒤 다시 한 번 상대팀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박상원은 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13차전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25구 호투로 시즌 5번째 홀드를 수확했다. 팀의 6-4 승리 및 4연승을 이끈 값진 구원이었다.
박상원은 6-4 추격을 허용한 6회말 2사 2루 위기에서 선발 하이메 바리아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첫 타자 황재균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7회말에는 선두타자 강현우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대타 문상철을 사구로 내보냈다. 멜 로하스 주니어를 중견수 뜬공으로 막았고, 강백호 상대 1루수 키를 넘어가는 2루타를 맞아 2사 2, 3루 위기에 처했지만, 김상수를 2루수 땅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임무 수행에 성공한 박상원은 8회말 한승혁과 교체되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는 25개.
경기 후 만난 박상원은 “솔직히 오늘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다. 좋은 피칭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팀이 이겨서 기분이 너무 좋다. 감독님께서 끝까지 믿어주시고 또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 동안 힘든 상황이 많았고, 공도 많이 던져서 선수들 전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텐데 지난주 3일 휴식 이후 계속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좋은 휴식이었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오늘 어떤 순간이 가장 짜릿했냐는 질문에는 “7회말 2, 3루에서 2루수 땅볼이 되면서 아웃카운트가 올라갔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라고 답했다.
박상원이 수원을 찾은 건 지난달 4~6일 주중 3연전 이후 약 두 달 만이었다. 그 사이 7월 2일부터 4일까지 KT를 만났지만, 장소가 대전이었다. 그리고 최근 두 팀의 수원 경기는 박상원의 과도한 세리머니가 빌미로 작용한 벤치클리어링이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6월 5일 두 팀의 시즌 8번째 맞대결. 한화는 12-2로 앞선 마지막 9회말 2사 1루에서 투수 장시환이 KT 천성호 상대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이후 평소와 같이 양 팀 선수단이 그라운드로 나왔고, 팬들을 향한 인사와 함께 경기가 종료되는 듯 했지만 마운드 근처에서 돌연 격한 신경전이 전개됐다.
발단은 KT 베테랑 3루수 황재균이었다. 그라운드로 나와 한화 선수단 쪽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부르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갑자기 감정이 격해졌고, KT 윌리엄 쿠에바스, 한화 장민재가 그런 황재균을 말리면서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했다. 동시에 KT 장성우 또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누군가를 계속 주시하며 한화 선수단에 노골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두 선수가 바라본 ‘누군가’는 바로 한화 투수 박상원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박상원은 12-2로 크게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김상수와 멜 로하스 주니어를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격한 세리머니로 기쁨을 표출하며 불필요하게 상대를 자극했다. 김상수의 헛스윙 삼진 때 마치 택견을 하듯 오른발을 한 번 크게 들어 올린 뒤 박수를 세게 쳤고, 로하스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에는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호우 세리머니’를 연상케 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KT 벤치는 박상원의 세리머니에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등 부상으로 벤치를 지키던 장성우가 특히 그랬다. 이에 류현진이 KT 벤치를 향해 사과의 뜻을 전하는 장면이 포착됐고, 한화 박승민 투수코치도 8회말 종료 후 KT 벤치에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내부에서도 박상원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해 주장 채은성, 류현진 등 베테랑 선수들이 주의를 줬다.
그럼에도 KT 황재균, 장성우는 경기 종료 후 박상원을 따로 부르는 제스처를 취한 뒤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KT와 한화 선수들이 함께 힘을 합쳐 두 선수를 말릴 정도였다. 황재균은 분이 덜 풀렸는지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뒤에도 자신을 말리는 선수들을 힘으로 밀쳐내려는 시도를 했다.
두 선수는 8회말 종료 후 류현진 등 베테랑 선수들과 투수코치가 연달아 사과를 했음에도 당장이라도 상대를 칠 것과 같은 눈빛으로 거친 신경전을 펼쳤다. 물론 박상원 또한 KT 선수단을 계속 째려보면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벤치클리어링은 양 팀 감독 및 베테랑 선수들의 중재로 마무리됐고, 박상원은 이튿날 KT 선수단을 찾아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박상원이 만난 첫 타자가 황재균이었다. 박상원은 “벤치클리어링 자체가 팀에게 안 좋고, 바라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좋은 게 아니다. 또 황재균 선배가 나보다 선배이기 때문에 내가 100% 잘못한 것이다. 첫 타자로 황재균 선배가 나왔다고 해도 경기를 이기는 데 있어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가면 안 된다. 타자가 누구든 내 피칭하려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재차 사과의 뜻을 전했다.
박상원은 그러면서 “당시 잘못해서 혼났다. 내가 하면 안 되는 것이 있고, 상대방이 자극 안 되는 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션도 있을 텐데 어쨌든 나도 모르게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신경 쓰고 있다”라고 달라진 마음가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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