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퍼스트 무버'전략이 성공하려면 [한국의 창(窓)]

2024. 7. 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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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위기 상황에 직면한 대한민국
'퍼스트 무버' 전략에도 인재유출 계속
실패용인·인재우대 생태계 조성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1997년 대한민국은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았다. 1998년 들어선 김대중(DJ) 정부는 위기 극복이 최우선 과제였다. 김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하고, 디지털 전환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인터넷, 벤처 등 새로운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닷컴 버블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 인터넷 산업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고, 다른 산업의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했다. 당시 미국의 IT 산업 트렌드를 신속히 받아들인 김 대통령의 결단은 매우 주효했다. 외환위기라는 외부효과로 인해 그런 결단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정책은 매우 빠르게 집행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인 외부효과로 총체적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산업화 이후 우리의 상식이 되었던 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 기후위기, 인공지능 등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외부 위협은 기존의 모든 공식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을 기회로 활용하지 못하면 허망하게 무너질 수도 있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아쉽게도 정치권이나 정부에서는 미래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가 없다.

안타깝게도 이미 잘 구축된 체제를 벗어나기 힘든 인프라의 역설이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 그 한 예로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우리 상상을 초월하고 있지만, 우리 교육은 과거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400만의 대졸자가 그냥 쉬고 있다는 사실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도 문제지만 일의 개념이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좋은 일자리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 R&D를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려면 정부가 퍼스트 무버를 만들기 위한 생태계 조성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우선 수많은 실패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연간 30조 원에 달하는 R&D 집행 결과, 90%가 성공적이라고 보고된다. 하지만 실제로 상용화되는 비율은 20% 남짓이다. 문제를 명확히 파악하지 않고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R&D 문화가 만들어낸 폐해다. 퍼스트 무버는 주변 생태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이들에게 해외 사례를 요구하고, 매출 목표를 요구한다.

무엇보다 혁신해야 할 일은 R&D 예산 대부분이 기술개발에 사용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장은 치열하며 수시로 변한다. 따라서 기술개발 이전에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문제 정의에 집행되는 예산이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디자인 씽킹 방법론은 이러한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광범위하게 해결책을 찾는 방법론이다. 문제가 명확하면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우리에게 닥친 수많은 문제 중에는 중요도에 따라 완급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술 측면에서만 보면 어떤 것이든 개선을 하면 성과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 해결측면에서는 전혀 다르다. 급하고 더 많은 영향을 주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또 하나 간과되고 있는 점이 인재에 대한 시각이다. 인재 활용을 정년으로 제한하고 시간으로 통제하고 실패를 용인 하지 않는다면 인재 유출은 불가피하다. 그들은 더 자유롭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날 것이다. 이미 많은 인재가 중국, 미국, 중동으로 떠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을 인정해 주고 충분한 보상을 해 주는 곳을 찾는다. 지구의 문제를 푸는 데 애국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또한 정책의 장기적 신뢰도 매우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때 원자력 산업을 주저앉혔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갑작스럽게 R&D 예산을 삭감하였다. 이 모두 긴 안목으로 문제에 접근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이런 결정은 신뢰를 잃게 된다. 이것을 회복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 와중에 인재 유출은 필연적이다. 진정 퍼스트 무버를 원한다면 긴 안목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해야 하고, 실패가 용인되는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하며, 특히 인재를 제대로 대접해야 한다. 결국 인재를 놓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의 인재가 다른 나라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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