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롤드컵 스킨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지난 2023 롤드컵 결승은 LCK 팬들에게 크나큰 선물과 같았다. T1은 8강 경기부터 홀로 남은 LCK 팀이었다.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 챔피언십에서 4강부터 LPL 집안 잔치가 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T1은 그런 우려를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강팀인 LNG를 3 대 0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승리, 우승 후보인 징동 게이밍도 4강에서 만나 3 대 1로 승리했다. 결국 결승에서도 웨이보를 상대로 3 대 0승리를 거두며 LPL 상대로 전승, 많은 LCK 팬들에게 기쁨을 안겨줬다.
그와 동시에 7년 만에 거둔 T1의 롤드컵 우승이기도 하다. T1은 롤드컵 4회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웠다. 2022년 DRX 우승 때도 '미라클 런'이라고 불리며 드라마 같은 스토리를 자랑했는데, 2023년 롤드컵에도 대단한 서사가 완성됐다.
팬들이 주목하는 포인트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우승 팀에게 헌정되는 스킨이다. 수많은 게이머들이 4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운 T1에게 어떠한 우승 스킨이 헌정될지 궁금해했다.
T1 우승 스킨 콘셉트는 '수호신'이다. 동양 '사방신'과 같은 요소에서 영감을 얻었고 지금껏 등장한 컬러와는 다른 흰색과 금색 기반이다. 이펙트는 홍색과 청색 계열이다.
우승 스킨을 제작한 라이엇 게임즈 아티스트들은 "홈그라운드에서 우승한 한국을 위해 해당 키워드를 반영하고자 했다", "흰색과 금색 계열을 바탕으로 왕의 귀환이라는 테마를 담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우승 멤버인 제우스, 오너, 페이커, 구마유시, 케리아 선수는 각각 제이스, 리 신, 오리아나, 징크스, 바드를 선택했다. 현재 T1을 상징하는 로스터인 '제오페구케'로는 첫 우승이기에 더욱 뜻깊은 스킨이다.
스킨을 만드는 과정에서 라이엇 게임즈 아트팀과 T1 선수들은 지속적인 피드백과 요청 사항을 교환했다. 함께한 아티스트들 모두 "T1 선수들의 정성 어린 참여 덕분에 높은 퀄리티의 스킨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라든지 "각 선수들 요청 사항을 최대한 들어주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며 작업 소감을 남겼다.
스킨 개발에 관한 일화를 듣기 위해 라이엇 게임즈 소속 스테파니 르엉 수석 게임 프로덕트 매니저, 멩 양 루 아트 디렉터, 김승환 콘셉트 아트 매니저, 신 타오 VFX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 아티스트 Q&A
Q. 우승 스킨들은 라이브 서버에서 언제 만나볼 수 있는가?
한국 기준 8월 15일에 출시될 예정이다. 게임 내 우승 스킨 출시 관련 이벤트도 함께 진행한다.
Q. 우승 스킨은 보통 유니폼 색상을 모티브로 하는데 검은색이 아닌 흰색을 메인으로 한 이유가 있는지?
선수들에게 직접 원하는 색깔이 무엇인지를 물어봤다. 그중에서 선수들이 희망했던 색깔은 흰색과 금색이었다. 이를 메인으로 둔 뒤 푸른색과 선홍색을 힘의 원천으로 설정했다.
Q. 처음 스킨 콘셉트를 봤을 때 선수들 반응이 어땠는지, 그 후 조정해나가는 과정은 원만했는가?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 선수들 요구사항 대부분을 스킨에 반영했다. 거의 90%가 넘는 사항을 빠짐없이 스킨에 담아냈다. 협업 과정도 순탄했다. 우승 직후 선수별 일대일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한 달 후 초기 콘셉트를 공유했다. 챔피언과 초기 콘셉트를 확정시킨 뒤 한국으로 방문해 선수들과 직접 만나 귀환 모션을 상의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협업했다.
Q. 선수별로 기억에 남는 요청 사항은?
제우스 선수는 번개와 천둥이 시각적으로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인게임에서도 이 번개에 관한 요소가 많이 들어갔다. 오너 선수는 무도인 도복 느낌과 호랑이 발톱에 관한 요소를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전반적인 리 신의 모습에서 그러한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페이커 선수는 4번의 우승을 기념하는 4개의 별에 관한 요소를 포함했다. 구마유시 선수는 둥이를 꼭 넣어달라고 했다. 매우 귀여웠기 때문에 초반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요소에 등장시키는 것으로 결정했다. 케리아 선수는 모두가 알다시피 럭스와 관련된 요소를 넣었다.
Q. 케리아 선수의 럭스 애정이 바드 스킨에도 묻어났다. 우승 스킨에 다른 챔피언과 스킨이 처음 등장했는데 내부에서 고민이 없었나?
당연히 많은 논의가 오갔다. 우승 스킨을 만들 때는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선수들 요구 사항을 모두 들어주고 싶었다. 이를 들어주기 위해 실제 구현할 때 어떻게 할지 방법을 고민했다.
인게임에서 가시성 문제가 발생했다. 게임 내 럭스가 존재할 경우 귀환 모션으로 인해 혼동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제 챔피언 모델링이 아닌 홀로그램으로 등장시켰다.
Q. T1 우승 스킨 모션 중 웃음, 도발, 춤 등 감정표현에서 강조할 포인트가 있는가?
별도의 새로운 모션으로 맞춤화를 진행하지는 않기에 기본 모션 그대로 보여질 예정이다.
Q. 홈그라운드 우승을 강조하기 위한 요소를 넣었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반영했는가?
월드 챔피언십 당시 한국을 방문해서 우승을 직관했을 때 한국만의 전통미에 감탄을 했다. 우승 당시 순간을 강조하기 위해 신처럼 승천하는 모습을 스킨 내에 반영했다.
Q. 구마유시가 개인 방송에서 페이커가 라이엇 측에 제시한 콘셉트가 상당히 난해했다고 얘기했다. 실제로도 그랬는가?
딱히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페이커 선수에게 너무 많은 요구를 했었기 때문에 미안한 감이 있다. 페이커는 우승 스킨 이외에도 전설의 전당 작업도 동시에 진행해야 했기에 한 번에 너무 많은 부담이 들었을 것이다.
한 시점에 회의를 했을 때는 페이커 선수는 "내가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요소는 거의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작업을 할 때는 필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선수 본인이 원하더라도 한계가 명확히 존재한다.
Q. 이번 스킨을 제작하면서 우승에 도전하는 선수들에게 담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는가?
우승까지의 과정을 밟아온 선수들 여정을 조금 더 널리 알리고 싶었다. 우승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있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험난한 여정을 응원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는 언제나 여러분들 스킨을 만들 준비가 되어있다.
Q. 페이커 오리아나 스킨에 숨겨진 요소가 많다고 했는데, 하나 정도 말해줄 수 있는가? 다른 선수 스킨에서도 숨겨진 요소가 있는지 궁금하다.
한 가지 소개하자면 케리아 선수 바드 스킨이다. 귀환 모션에 럭스가 등장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W 스킬을 사용할 때 수프가 담긴 그릇에 럭스 얼굴이 숨겨져 있다.
Q. 스킨을 제작할 때 디자인적 감각이 가장 뛰어났다고 느낀 선수가 있는가? 혹시 그 반대도 있는지?
디자인적 감각보단 과정 자체가 어려웠던 선수는 케리아가 떠오른다. 다른 이유가 아니고 어느 챔피언으로 할지 결정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챔피언이 정해지고 나서는 이 프로젝트에 정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모든 선수들이 각자 개성과 색깔이 강했기 때문에 작업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모든 과정을 열심히 참여해 준 T1 선수단 전원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Q. 완성된 스킨을 봤을 때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선수는 누구였나?
조금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전원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지만 표현하는 방식이 모두 달랐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것은 구마유시 선수다. 본인이 애정 하는 둥이가 스킨에 담긴 것을 확인했을 때 상당히 좋아하는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케리아 선수도 회의 때마다 항상 신나게 참여해 줬기 때문에 그 과정 자체를 즐겼던 것 같다. 선수단 전원이 함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Q.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는 콘셉트가 많이 담겼다고 했는데, 작업하면서 어떠한 감정을 느꼈는지?
개인마다 고난과 역경, 그를 회복하는 이야기가 모두 달랐다. 그러나 이 과정은 모두 달라도 공통된 주제인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는 주제는 모두 같았다. 따라서 이러한 주제를 스킨에 담아야겠다고 결정했다. 이를 개인마다 특색 있게 표현하기 위해 귀환 모션에 담았다.
Q. 플레이어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각 개개인 선수의 이야기, T1의 유산, 2023년 위대한 업적을 담기 위해 이 스킨에 많은 열정을 담았다. 이 스킨을 통해 그러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훌륭한 한국 플레이어분들이 우승해 이러한 스킨들을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 플레이어분들도 우승 스킨을 즐겁게 사용해 줬으면 한다.
■ T1 우승 스킨 관련 코멘트
제우스는 기본 우승 스킨과 파이널 MVP 헌정 프레스티지 스킨에 확실한 요청 사항을 남겼다. 기본 스킨에는 푸른 번개를, 프레스티지 스킨에는 노란색 계열 번개를 넣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왼쪽 어깨 장식에는 우승 횟수와 관련된 붉은 별 장식을 확인할 수 있다. 캐논폼과 해머폼에서는 이펙트 색깔이 명확히 다르게 보이도록 했다.
제우스 선수가 가장 좋아하는 '저항군 제이스' 스킨 요소를 상당수 반영했다. 심플한 머리 스타일과 복장이 명확한 캐릭터성을 제공하고, 타격감이 좋아 보이는 무기 디자인을 우승 스킨에도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오너는 크게 두 가지 요청 사항이 있었다. 첫 번째는 무도가스러운 모습, 두 번째는 호랑이였다. 오너 선수가 과거 무도가의 길을 걸었던 적이 있었기에 이를 디자인에 표현했다.
어깨 장식, 팔 윗부분, 스킬 이펙트에 강한 호랑이 특징을 담았다. 가슴에 호랑이 발톱 흉터는 구체적인 요청 중 하나였다. 복식 같은 경우도 무도가 도복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곧게 뻗은 실루엣과 심플한 하얀색 디자인을 강조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또한 이전에 T1에서 활동한 '벵기' 선수 관련 요소도 들어갔다. 선수 본인의 요청으로 과거 벵기 선수 리신과 함께하는 장면을 스파이더맨 밈과 함께 스킨 내에 담아냈다.
페이커는 "T1의 붉은색이 판타지적인 선홍색으로 보였으면 좋겠다", "전체적으로 밝은 색상으로 표현되면 좋겠다" 등 전체적인 방향을 많이 제안했다. 다른 선수들도 이 의견에 많이 공감해 전체적인 스킨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최근 AI가 인간적인 모습을 닮아가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함께 해 어느 정도 디자인에 반영됐다. '불사대마왕'이라는 별명을 표현하기 위해 전체적인 콘셉트는 '악마 여제'라는 모습으로 설정했다.
스킨 개발 초기에는 여러 시안을 보여줬는데, 이에 대해서도 항상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했다. 요청에 따라서 복잡한 느낌이 드는 장식은 모두 제거했고, T1을 상징하는 요소인 '4성 왕관', '붉은 날개', '악마 뿔'등 특징적인 모습에 대한 시인성이 높아졌다.
구마유시는 세 가지 사항을 논의했다. 첫 번째는 붉은 색상의 머리다. 가장 좋아하는 스킨이 '별 수호자 징크스'라는 사실도 언급했다. 두 번째는 반려견 '둥이'가 등장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었다. 세 번째는 본인 시그니처 포즈를 담아주길 원했다.
반려견 둥이를 어떻게 등장시킬지 내부에서 많은 논의가 오갔다. 처음에는 강아지용 촘퍼에 담은 디자인을 보여줬는데, 선수 본인이 싫어했다. 둥이가 가진 귀여움을 온전히 살리기 위해 귀환 모션과 일러스트에 그 모습을 담았다.
케리아는 의견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할 때 굉장히 좋은 영향을 받았다.
바드가 토끼의 모습을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토끼와 달'이라는 오래된 설화가 있는데, 신적 존재인 바드와 닮아 영감을 얻었다. 선수 본인이 '럭스'를 강력히 희망했지만 불가능했다. '뉴진스' 팬인 케리아가 만족하도록 토끼 컨셉트를 디자인에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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