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201] 보령 파김치 붕장어전골
여름 장마가 끝나가니 기다렸다는 듯이 폭염과 태풍 소식이 들린다. 날씨만큼이나 몸이 꿉꿉하다. 옛사람들이 이즈음에 복달임이라는 비책을 꺼낸 이유가 있다. 복달임은 여름을 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가을 준비가 더 크다. 여름 잘 보낸 곡식이라야 가을에 튼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 결실을 곳간에 담기 위해 복달임이 필요했다.
여름에 몸에 좋은 해산물로 장어만 한 것이 있으랴. 장어는 갯장어, 붕장어, 뱀장어가 있다. 그중 붕장어는 값싸고 몸을 보하는 효과는 다른 장어에 뒤지지 않는다. 어획량도 많고 사철 나오지만 단백질 섭취를 많이 해야 하는 여름철에 잘 어울린다.
우리나라 전 해역에 서식하지만 제대로 대접을 받으려면 통영이나 여수로 가야 한다. 이곳에 모였다가 큰 것은 국내에서 구이용으로 중간 크기는 부산을 거쳐 일본으로 수출된다. 중간 크기라면 35센티미터에서 50센티미터 정도의 크기를 말한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스시나 덮밥에 맞는 크기이다. 이 크기를 골든사이즈라고 한다. 35센티미터보다 작은 장어는 잡을 수 없다.
붕장어잡이는 연안과 먼바다에서 잡는 것이 다르다. 일본과 접한 먼바다에서 오징어 등을 미끼로 낚시로 잡고, 연안에서는 통발을 주로 이용한다. 한 개의 긴 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많은 가짓줄을 달고 낚시나 통발을 매달아 잡는다고 하여 연승어업이라고 부른다. 갯장어도 같은 방법으로 잡는다.
갯장어는 뼈가 억세고, 뱀장어는 비싸다. 전골에 붕장어를 택하는 다른 이유다. 식감을 살리고 전골을 끓일 때 장어가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초벌구이를 한다. 식감을 살리면서 비린내를 완벽하게 잡는 비결이 묵은 파김치다. 장어와 파김치에 육수를 넣어 끓인다. 보령시를 가르는 남대천은 뱀장어가 오르내렸던 하천이다. 지금도 하천에 쌓아 놓은 돌무더기에서 장어들이 나오곤 한다. 이제 그 뱀장어를 식당에서 만나기는 어렵지만 붕장어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남대천과 서해 바다가 만나는 너른 갯벌과 해안을 장벌이라고 한다. 붕장어가 머무는 곳이다. 그래서 식당이 ‘장벌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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