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엑스레이] [31] 파리 올림픽 개막식의 교훈은요
나는 올림픽 덕후다. 내 나이에는 올림픽 덕후가 꽤 있다. 소년기 서울 올림픽을 목격한 세대라면 덕후가 되지 않는 게 더 힘들다. 그 시절 올림픽은 정말이지 상징적 행사였다. 그거 말고는 세계가 모여 뭘 같이 하는 일도 잘 없었다. 위성방송으로 중계하는 일도 잘 없었다. 옆집 학생 먹방도 중계되는 그놈의 초연결 사회가 되기 전의 일이다.
올림픽 덕후들은 뭘 그렇게 모은다. 나도 모은다. 서울 올림픽 기념 티셔츠도 있다. 쌍방울 제품이다. 가장 아끼는 건 모스크바 올림픽 마스코트 ‘미샤’ 조각상이다. 이베이 등에서 미샤 관련 상품 파는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사람이었다. 소련 잔재 팔아치워 전쟁 자금 버는 중인가 보다. 애국적 선택이다.
덕후들은 뭘 또 그렇게 점수를 매긴다. 영화 덕후 별점 매기듯 올림픽의 모든 것을 비교한다. 최고의 마스코트는 무엇인가? 내 속의 애국자는 호돌이라 외치고 있다. 미안하다. 역시 미샤다. 완벽한 디자인이다. 최고의 개막식은? 아테네다. 혹은 런던이다. 파리가 순위를 뒤집을 거로 예상했다. 경기장을 벗어나 센강에서 하는 개막식이라니. 그런 건 나쁠 리가 없다.
개막식 보다 마카롱 먹고 체한 기분이 됐다. 아방가르드 운동 발원지에서 아방가르드 개막식이 뭔지를 보여줄 모양이었다. 레이디 가가와 마리 앙투아네트와 음란한 스머프(?)가 마구 튀어나왔다. 마지막에는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옹이 등장했다. 프랑스는 세계에 내세울 자국 가수도 없는 지경이 됐구나. 한탄했다.
노래가 끝나자 눈물을 흘리며 손뼉을 쳤다. 셀린 디옹이 에펠탑에서 ‘사랑의 찬가’를 부르는 순간, 모든 것이 잊혔다. 생각해 보면 정권이 갑자기 바뀌며 급히 치러야 했던 평창 올림픽도 그랬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라는 태도로 케이팝 아이돌을 투척하던 폐막식의 결기를 떠올려 보시라. 교훈은 이거다. 모든 행사는 마지막 초대 가수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매주 누군가에게 글을 바치고 있다. 이 글은 전국의 모든 고심하는 이벤트 담당 직원들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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