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盧 비자금’ 세무조사에 거는 기대
900억대 자금 실체 파악 시동
제6공화국 비자금 전반 확인
뒤틀린 현대사 바로잡기 도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 소송에서 새로 불거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둘러싼 900억원대 자금의 실체가 밝혀질 계기가 마련됐다.
앞서 1995년 폭로된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은 당시 정·재계를 뒤흔든 강도 높은 수사와 재판 끝에 법원이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한 데 이어 노 전 대통령 일가가 2013년 이를 완납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도 항간에는 출처 모를 소문이 여전했었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이 눈물까지 흘리면서 실토했던 ‘통치자금’ 규모와 검찰 수사·재판을 거쳐 확정된 추징금 간 격차가 컸던 탓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10월27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대통령 재임 기간 약 5000억원의 통치자금을 조성했고, 쓰고 남은 돈이 1700억원”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추징금은 법원에 의해 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35개 기업으로부터 받은 돈 중 ‘뇌물’로 인정받은 규모에 그친 게 사실이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차명으로 빼돌려 관리하고 있다거나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 다수를 설립하고 수백억원 해외 부동산과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등의 전언이 회자되기도 했었다.
국세청이 900억원대 비자금을 ‘불법 통치자금’으로 보고 과세를 본격화한다면 그간 소문 수준에서 나돌았던 제6공화국 비자금의 전반적인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한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의 SK 유입설 또한 규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 관장 측은 이번 소송에서 어머니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1991년 선경건설(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 약속어음과 메모를 제출해 아버지 노 전 대통령의 자금 300억원이 최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전 회장에게 흘러들어 갔다고 주장했었다. 재판부는 이를 인정해 재산 분할 판단의 근거로 삼았는데, 다만 이 자금이 비자금이 맞는지까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항소심 이후 최 회장과 SK그룹은 상고 이유를 밝히면서 일관되게 비자금은 없었고, 6공화국의 비호도 받은 바 없었다며 억울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 소송 결과는 이제 SK그룹의 평판까지 좌지우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장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7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SK그룹은 ‘정경유착’의 대명사로 불릴 것이 뻔하다. 그 여파로 SK 계열사들의 주가까지 흔들린다면 기관·외국인투자자는 물론이고 개인까지 일반 주주에 미치는 피해는 어마어마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강 청장이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밝혔듯 무엇보다 비자금 조성 및 유입을 둘러싼 사실관계부터 확정돼야 한다. 문제의 김 여사 메모에는 ‘선경건설’ 꼬리표가 달린 300억원 외에도 가족 등에게 각각 배정된 604억원이 더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고강도의 세무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900억원대 자금을 김 여사가 몰래 관리했던 것인지 등이 세무조사의 골자라 하겠다. 더불어 그 비자금이 SK그룹으로 흘러들었다면 최 회장을 비롯한 그룹 전체도 피할 수 없다.
야당 일각에서 국회가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비자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국세청은 이번 조사가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면 정쟁으로 비화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세무조사를 통한 진실 규명은 현대사의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는 길이기도 하다.
황계식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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