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신광영]고위공직자들 재테크 향연장이 된 인사청문회

신광영 논설위원 2024. 7. 3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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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달 간격으로 열린 두 고위 법조인의 인사청문회를 두고 '재테크를 잘하려면 인사청문회를 잘 봐야 한다'는 반응이 적잖이 나온다.

대법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으로서 자질을 검증해야 하는 자리에서 그들의 남다른 재테크 수완이 돋보였다는 웃지 못할 관전평이다.

사회의 룰을 다루는 고위공직자가 지나치게 사익을 추구하고 이를 상식과 동떨어진 자신만의 저울로 정당화한다면 자칫 그들이 주도한 수사와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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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영 논설위원

최근 두 달 간격으로 열린 두 고위 법조인의 인사청문회를 두고 ‘재테크를 잘하려면 인사청문회를 잘 봐야 한다’는 반응이 적잖이 나온다. 대법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으로서 자질을 검증해야 하는 자리에서 그들의 남다른 재테크 수완이 돋보였다는 웃지 못할 관전평이다.

대학생 딸에게 비상장 주식으로 60배 넘는 수익을 안겨준 뒤 서울 용산구 재개발 지역의 주택까지 갖게 해준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 부부나, 기묘한 증여와 절세를 통해 딸에게 성남의 노른자 땅을 선사한 오동운 공수처장 사례를 보며 ‘부모 찬스’는 자녀가 어릴 때 일찌감치 누리게 해줘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반응들 속에는 부러움과 함께 사회 지도층에 대한 냉소와 체념이 배어 있다. 어차피 각자도생하는 세상, 법의 빈틈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엘리트 법조인들의 재테크 노하우나 배워보자는 것이니 말이다.


지도층 향한 냉소와 체념 팽배

요즘 이렇게 인사청문회가 희화화되는 바람에 우리가 놓치곤 하는 게 하나 있다. 고위공직자는 대부분 공문서의 맨 아래 줄에 이름이 나오는 공적 결정의 책임자라는 점이다. 더는 법적으로 다퉈볼 수 없는 3심 확정 판결문의 끝에는 주심 대법관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해 관계자들이 첨예하게 맞붙는 사안을 두고 정부가 정책적 처분을 내릴 때도 통지문을 끝맺는 건 장관의 이름이다. 그래서 고위공직자는 사건 당사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권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사회적 논란이 큰 공적인 사건을 다룰 땐 더욱 폭넓은 신뢰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이 후보자와 오 처장은 그만한 신뢰를 받을 만한 공직자일까. 이 후보자는 170억 원, 오 처장은 33억 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부유함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들의 재산 증식 과정이 국민들의 상식에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후보자의 딸과 아들은 8세, 6세일 때 아버지 돈으로 비상장 주식을 300만 원씩 샀다가 지난해 13배 높은 4000만 원에 팔았다. 딸은 19세이던 2017년에도 대부분 아버지 돈인 1200만 원으로 또 다른 비상장 주식을 사서 5년 만에 63배의 차익을 실현하고 거기에 증여받은 수억 원을 보태 재개발 지역 갭 투자를 했다.

세법 전문 변호사였던 오 처장은 2020년 부인 소유의 재개발 예정지 땅을 20세 딸에게 증여하면서 희한한 거래를 했다. 당시 시세대로 6억 원에 그 땅을 바로 증여하면 될 것을 딸에게 3억5000만 원을 먼저 증여하고, 그 돈으로 시세보다 싼 4억2000만 원에 어머니의 땅을 사도록 했다. 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편법 증여였다.


공직자 불신 커지면 국민이 손해

두 사람은 인사청문회에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했지만 이어서 나온 발언은 국민 눈높이를 제대로 알고 한 사과인지 의심케 했다. “요즘은 아이 백일 때 금반지 대신 주식을 사주지 않느냐”는 이 후보자의 말은 기껏해야 삼성전자 주식 몇 주 사주는 게 전부인 국민들에겐 황당한 얘기였다. “딸에게 아파트 하나는 마련해줘야 한다는 소박한 생각이었다”는 오 처장의 해명 역시 그가 생각하는 소박함의 기준이 국민들 생각과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줬다.

사회의 룰을 다루는 고위공직자가 지나치게 사익을 추구하고 이를 상식과 동떨어진 자신만의 저울로 정당화한다면 자칫 그들이 주도한 수사와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그런 사법체계에서는 사회 전반의 준법의식이 얕아지고 정직한 경쟁도 설 자리가 줄어든다. 심판을 믿을 수 없는 경기장에선 선수들이 판정에 신경 쓰느라 실력 발휘를 못 하듯 공직자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면 그로 인한 손해는 국민의 몫이 된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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