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준일]‘방송장악’, ‘탄핵’ 싸움에 저출생 위기 손놓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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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과 5월 출생아 수가 전년 같은 달 대비 연속으로 늘었다.
두 달 연속 증가는 8년 6개월 만이다.
물론 4, 5월 모두 태어난 아이는 여전히 2만 명도 안 되는 초저출생 상황이다.
그렇다고 여야가 저출생 문제에 관심이 아예 없는 것 같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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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과 5월 출생아 수가 전년 같은 달 대비 연속으로 늘었다. 두 달 연속 증가는 8년 6개월 만이다. 물론 4, 5월 모두 태어난 아이는 여전히 2만 명도 안 되는 초저출생 상황이다. 출생아 수가 늘어난 것에 대해서도 “일시적 기저효과” “혼인율 상승과 함께 맞은 반등 기회”로 평가가 엇갈리지만 어쨌든 반가운 소식이다.
이 같은 지표는 24일 발표됐다. 정치권이 관심을 가졌을 법도 한데 여당 국민의힘, 제1 원내 정당 더불어민주당 모두 그 흔한 논평 하나 내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이재명 충성 레이스 낯 뜨거운 명비어천가’, ‘한동훈 취임 일성은 국민 속이기 위한 유체 이탈’ 등 습관적 공격만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여야가 저출생 문제에 관심이 아예 없는 것 같지만은 않다. 30일을 기준으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법안 제안 이유’에 저출생, 저출산을 넣어 검색하면 꼭 100건의 법안이 찾아진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후 61일간 꼬박 하루에 한두 건씩 저출생 관련 법안을 내놓은 셈이다.
물론 저출생 대책을 대하는 큰 그림에선 여야의 우선순위가 다르다.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등 컨트롤타워 확립을 먼저 내세운다. 민주당은 출생기본소득 등 재정 주도의 문제 극복을 꾀한다. 야권이 꺼리는 정부 조직을 건드리는 문제, 여권이 꺼리는 재정 주도의 해결, 얼핏 보면 간극을 좁히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엔 유사한 지점이 많다. 국민의힘이 지난달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의 이름으로 내놓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에는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지급 기간을 ‘최초 5일’에서 ‘휴가 전체 기간(10일)’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중순과 이달 초 민주당 한정애 의원과 박정 의원이 각각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에도 출산휴가 유급 지원 기간을 10일로 늘리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야가 같은 대책을 원하는 것이다.
여야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43건 발의한 일·가정양립지원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출산휴가 기간 현행 10일에서 15∼30일로 확대 △출산휴가 3회 분할 사용 △초등 6학년생 부모까지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기간 확대 등 세부 내용들은 발의자를 가리면 어느 정당 의원이 발의한 건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하다. 다른 저출생 법안에서도 여야의 비슷한 대책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런데 여야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저출생 법안들에 대해 논의했다는 말은 아직 들려오지 않는다. 대신 ‘탄핵’ ‘방송 장악’ 같은 일반 국민은 별로 관심도 없는 정치싸움 얘기만 들린다. 법안 강행 → 거부권 → 재표결 → 법안 강행으로 이어지는 도돌이표에 국민도 지쳤고, 적지 않은 의원들도 지쳤다.
정쟁 법안은 일단 제쳐두고 서로 비슷한 구석이 있는 저출생 법안에서부터 협치 물꼬를 터보면 어떨까. 여러 각론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쉬운 것부터 차근히 대화를 시작하기에 수월할 테니 말이다. 또 힘 합쳐서 해결책을 도출하고 서로 ‘우리 당 덕분에 바꿨다’고 생색을 내기에도 좋다. 주권, 영토, 국민이라는 국가의 3요소는 초등학생도 배운다. 하나라도 없으면 국가는 없다면서 말이다. 국가 요소의 한 축이 위태로운데 정치권은 왜 이렇게 한가한지 모르겠다.
김준일 정치부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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