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닥터처럼 검진-분석-치료 단번에… AI 의료의 미래[이진형의 뇌, 우리 속의 우주]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2024. 7. 3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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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데이터 분석 AI의 위력
인간 감성-이성 갖춘 의사가
AI 의료장비의 도움 받으면… 더 신속-정확한 진단-치료 가능
빅데이터 측정-분석기술 발달로… 불치병 치료법 발견도 기대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 AI를 활용해 환자 상태 측정과 데이터 분석, 치료까지 해내는 대전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드라마 ‘스타트렉 보이저’의 홀로그램 의사 캐릭터인 ‘더 닥터’. 손에 든 ‘메디컬 트라이코더’기기로 환자의 건강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치료도 순식간에 해낸다. 사진 출처 IMDB
《가장 기억에 남는 픽션 속 의사를 꼽으라면 ‘닥터 하우스’라는 드라마의 주인공 닥터 하우스와, ‘스타트렉 보이저’ 드라마 속의 ‘더 닥터’가 있다. 닥터 하우스와 더 닥터의 의사는 굉장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닥터 하우스가 괴짜이자 명의인 이유는 보편적인 의학 지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틀을 깨는 다른 가능성을 찾아내서 그 없이는 죽었을 환자들을 살려내기 때문이다. 반면에 스타트렉의 홀로그램 의사인 더 닥터는 손에 든 기기, ‘메디컬 트라이코더’와 같은 기기로 환자의 건강 상태를 금방 정확하게 파악하고, 치료까지 순식간에 해낸다.》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을 목도하고 있는 오늘, 건강 관리의 미래는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상상해 보게 된다. 우리는 곧 스타트렉과 같은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닥터 하우스와 더 닥터는 굉장히 다른 환경에서 의료 행위를 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닥터 하우스는 여러 사회적인 이유로 환자가 본인의 상태를 사실대로 말하지 않거나 못하는 상황,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검사 데이터나 정보가 극히 제약된 환경에서 추론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유추하고, 그것을 통해 환자를 살려낸다. 하지만, 더 닥터는 손에 든 기기 ‘메디컬 트라이코더’만 가지고도 환자의 정확한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고 그에 따라 진단하고 치료한다. 즉, 아주 많은 정보가 빠르고 정확하게 주어지는 상태에서 의료 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디에 있을까? 수많은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의 의료 환경은 닥터 하우스가 일하는 환경과 훨씬 더 가깝다. 환자에게 상태를 묻고, 몇 가지 검사를 통해 정보를 얻고 그 정보들을 통해 의사 선생님의 판단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유추하고 치료한다.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명의라 해도 적은 양의 정보를 가지고 환자의 상태를 알아낸다면 다소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떠한 기술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고 그것이 불러올 미래의 의료는 어떠한 형태일까?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는 △환자의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 △측정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 △분석된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 기술이 필요하다. 더 닥터는 이러한 세 가지 기술이 완벽하게 존재할 뿐만 아니라 사고력, 판단력, 그리고 행동력이 인간에 버금가는 인공지능까지 존재하는 미래에 가능한 모습이다.

우선,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은 혈액, 타액, 뇌척수액 같은 신체에서 채취한 샘플을 통해 유전적인 정보나 몸 안의 상태를 판단하는 방법, 엑스레이,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뇌파 기기 등을 이용해 신체 내 신호를 직접 측정하는 방법들이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이런 다양한 측정 기술들을 분석하는 방법이 수동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측정 기술이 발달하면서 필수적인 것 중 하나가 측정된 정보를 분석하고 파악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많은 양의 데이터를 보고, 거기서 이상 신호를 찾아내거나, 긴 시간에 걸쳐 환자에게서 측정한 신호를 정상인과 비교만 할 게 아니라 그를 통해 좀 더 정확하게 환자 개인의 상태를 찾아내거나 여러 측정 결과, 즉 혈액 분석, 유전자 정보, 뇌 영상, 뇌파 신호를 보고 그것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인간이 잘할 수 있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또한, 인간은 실수하는 경우도 많다.

정량화된 정보를 정해진 규칙에 따라 찾아내고, 신호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 같은 일은 기계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이런 부분들은 모두 인공지능을 이용해 분석하는 대전환이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보다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한 진단과 치료로 효과적인 환자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다년간의 수련으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지닌 의료진을 단순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좀 더 많은 환자를 효율적으로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의료 비용을 감소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불치병의 치료 방법을 찾는 기술 또한 인공지능을 통해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 발달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문제를 알면 답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료 현장은 곧 인공지능으로 무장된 많은 데이터 분석 기술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닥터 하우스 같은 인간으로서의 감성과 이성을 갖춘 의사가 ‘메디컬 트라이코더’ 같은 장비의 도움을 받아 빠르고 정확하게 진료하고 치료하는 발전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인간을 치유하는 의사는 인간의 아픔과 감성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진정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환자에 대한 궁극적인 치료는 홀로그램이 아닌 인간에게 맡겨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의사들이 ‘인력거’를 끌고 다니며 힘겹게 환자를 돌보던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면,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데이터 분석으로 의사들이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환자를 돌보는 것과 같은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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