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도검 살해 벌인 30대 “미행 스파이라 생각해 범행”

“피해자와 산책 중 마주쳤지만 친분 없어”
경찰, 압수영장 받아 마약 검사할 예정

한겨레 자료사진

한밤중 같은 아파트 주민에게 105㎝ 길이의 도검을 수차례 휘둘러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자신을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해서 범행한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30일 서울 서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된 ㄱ(37)씨를 조사한 결과 “피해자가 지속해서 (본인을)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한 것”이라는 취지로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와 산책 도중 마주친 적은 있으나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고도 진술했다고 한다.

ㄱ씨는 전날 밤 11시27분께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정문 주변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인 40대 남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설명 등을 들어보면, ㄱ씨는 전날 잠시 담배를 피우러 집 밖으로 나온 피해자의 이마, 복부, 팔 등 부위에 수차례 도검을 휘둘렀다. 피해자는 목격자 신고로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목숨을 잃었다.

ㄱ씨는 범행 직후 본인의 집으로 도주했으나 1시간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음주 측정 결과 범행 당시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니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중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ㄱ씨는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면서도 전날에 이어 이날도 검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마약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ㄱ씨가 휘두른 도검은 칼날만 71㎝이고 전체 길이는 105㎝에 이르는 ‘수련도’로, 올해 1월 경찰로부터 소지 허가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한겨레에 “당시 법률 규정에 따라 신원 조사를 하고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며 “(현재까지) 정신과 치료 이력 자체가 없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민들은 이날 한겨레에 ㄱ씨가 놀이터에서 욕설하는 등 최근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전했다.

경찰은 ㄱ씨 행적 확인과 가족 등 주변인 조사, 정신병력 여부 확인 등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를 밝힐 예정이다. 경찰은 오는 31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고나린 기자 m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