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못 지켜 죄송하다”…‘8강 탈락’ 여자 에페의 뜨거운 눈물[파리올림픽]
메달 종목으로 기대를 모은 한국 여자 에페 대표팀이 개최국 프랑스에 져 8강에서 탈락했다.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온 선수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국은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첫 경기 8강에서 프랑스에 31-37로 패했다. 한국은 이날 송세라(부산시청)-강영미(광주서구청)-이혜인(강원도청) 순으로 피스트에 섰다. 그러나 초반 라운드부터 마리 플로랑스 칸다시미-오리안 말로-코랄리네 비탈리스로 이뤄진 프랑스에 조금씩 밀리며 19-23, 4점 차 열세로 마지막 9라운드에 돌입했다. 대표팀 ‘에이스’ 송세라가 주어진 3분 안에 경기를 뒤집어 보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굳히기에 들어간 상대에게 끝까지 달려들어 득점을 노렸지만 끝내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선수들도 홈팀 프랑스와의 일전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패배를 생각하진 못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한국은 여자 에페 단체전 세계랭킹 2위 팀이다. 반면 프랑스의 세계랭킹은 7계단 아래인 9위다. ‘맏언니’ 강영미는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부담됐던 경기라 실력 발휘를 못 한 것 같다. 동생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송세라는 “긴장했던 상황들이 많이 나왔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원했던 결과가 아니라 아쉬움이 남는다”고 울먹였다.
한국의 네 번째 선수로, 경기에 출전하진 않았지만 피스트 아래에서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준 최인정(계룡시청)은 “많은 분께서 응원해 주셨을 텐데, 금메달을 따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동료들을 위로하던 최인정은 “밑에서 팀원들을 봤을 때 정말 어떤 마음인지 아니까,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응원밖에 없었다”며 “비록 제가 경기를 뛰진 않았지만, 팀원들이 연습한 거 다 했을 거로 생각한다. 수고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앞서 개인전 입상에 실패했던 여자 에페 대표팀은 단체전에서도 조기 탈락하며 진한 아쉬움 속에 파리 대회를 마무리하게 됐다.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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