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못참아”...차베스 동상까지 부순 성난 시위대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2024. 7. 3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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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反정부 시위 확산
화염병 난무하고 곳곳서 총성
마두로 “쿠데타 좌시않을 것”
성난 베네수엘라 군중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동상을 부수고 있다. [사진 = 엑스(X) 캡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연임 성공’을 고집하고 있는 가운데,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시위대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동상을 부수고 격렬하게 저항했고, 양측 충돌로 사상자까지 발생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해 전역에서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가디언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시위대가 마두로의 정치적 스승인 차베스 전 대통령 인물상을 부수는 영상이 올라왔다.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부정 선거 결과에 분노한 시민들이 대대적으로 반정부 시위를 벌이면서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분노한 시위대는 화염병을 던졌고, 경찰들은 최루탄과 실탄까지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AP = 연합뉴스]
시위대는 화염병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을 쐈다. 카라카스 시내에서 총성이 여러 차례 들렸다고 스푸트니크통신이 현지 통신원을 인용해 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현지 인권 단체 ‘포로 파넬(Foro Panel)’은 엑스를 통해 이번 시위로 베네수엘라 북서부 야라쿠이주에서 1명이 사망하고, 46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 쪽으로 행진하며 “자유” “진실을 말하라”를 외쳤다고 BBC가 전했다.
3선 성공한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P = 연합뉴스]
AP통신,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카라카스 시민 수백 명은 냄비와 팬을 두드리며 “(이번 대선은) 사기”라고 외치며 항의 시위에 나섰다. 시민 일부는 마두로 사진이 담긴 선거 포스터에 불을 질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위대 상당수가 베네수엘라 국기를 들고 있고, 일부는 얼굴에 가면을 쓰고 큰 나무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고 전했다. 야당 활동가인 에스테파니아 나테라는 CNN에 “사람들이 실제 선거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거리로 나와 고함을 지르고 진실을 말하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기준 2위를 기록한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는 자신이 승리한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마두로 선거 결과를 되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곤살레스 후보와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우리는 명백하고 수학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승리를 보여주는 (득표) 집계표를 갖고 있다”며 “곤살레스 후보가 73%를 득표했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오늘 우리가 직면한 상황은 처음이 아니다”며 “그들은 베네수엘라에서 다시 파시스트적이고 반혁명적인 성격의 쿠데타를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야권을 ‘쿠데타 세력’으로 규정짓는 셈이다.

앞서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전날 투표 종료 약 6시간 만에 마두로 대통령이 득표율 1위를 기록해 3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선관위가 실시간 개표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개표 참관을 원하는 시민단체들을 차단하면서 야권과 국제사회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불 붙은 베네수엘라 경찰 초소 건물 [EPA = 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번 대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베네수엘라 국민의 투표 결과와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선거 결과 발표를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도 이날 블룸버그에 “베네수엘라 정부가 발표한 대선 결과가 출구 조사 등 미국이 본 독립적인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마두로 정부가 대선 결과를 완전히 공개하느냐에 따라 향후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도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마두로 대통령이 상세한 투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미국 정부가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잠재적으로 새로운 시나리오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는 향후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와 관련해 이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 중남미 국가들도 마두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를 비롯한 우파 성향 중남미 9개국 정부는 미주기구(OAS)에 베네수엘라 대선 개표 결과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기 위한 긴급 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베네수엘라는 내정 간섭이라며 아르헨티나,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우루과이 등 7개국에 파견한 자국 외교관의 철수를 명령하고 외교관들에게 자국으로 돌아가라고 통보했다.

베네수엘라 주재 한국 대사관은 이날 안전 공지문에서 “대선 결과를 둘러싼 긴장 상황이 예상되니 동포 여러분께서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대사관은 또 외출 자제와 비상 연락망 유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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