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다했는데..." 金 노렸지만 첫 판서 패한 여자 에페, 아쉬움에 '눈물 바다'[올림픽]
[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맏언니' 최인정(계룡시청)마저 눈물을 보이자, 결국 울음바다가 됐다.
한국 여자 에페가 '개최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송세라(부산광역시청) 강영미(광주광역시 서구청) 이혜인(강원도청)이 나선 대한민국 여자 에페 대표팀은 30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여자 에페 단체전 8강에서 프랑스에 31대37로 패했다. 2012년 런던 대회, 지난 도쿄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던 한국 여자 에페는 이번 대회 금메달을 노렸지만, 아쉽게 첫 판에서 짐을 쌌다.
한국 여자 에페는 개인전에서 눈물을 흘렸다. 27일 열린 개인전에서 모두 8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전멸했다. 특히 우승을 노렸던 '에이스' 송세라마저 16강에서 무릎을 꿇었다. 2022년 세계선수권에서 개인·단체전을 석권했던만큼, 이번 올림픽의 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예상보다 일찍 발길을 돌렸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송세라는 이미 눈시울이 젖어 있었다. 취재진이 질문을 던지자,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경기를 잘 준비했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제가 원하는 타이밍이 생각보다 안 나와줘서 경기가 좀 처음부터 어렵게 풀렸던 것 같다"고 눈물을 훔쳤다.
단체전에 집중했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은퇴했던 최인정(계룡시청)이 복귀하며, 도쿄 대회 은메달 멤버가 다시 뭉쳤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세계랭킹 2위로 개막 전부터 유력 메달 후보로 꼽혔다. 미국 데이터 분석업체 '그레이스노트'는 '한국이 9개의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전망하며, 여자 에페 단체전 금메달을 예상했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지난 푸자이라월드컵 우승에 이어 지난달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4연패를 달성하며,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첫 경기 상대는 프랑스였다. 세계랭킹 9위로 한국과 격차가 있지만,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으며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에이스' 송세라가 1번 주자로 나섰다. 마리-플로랑스 칸다사미와 붙은 송세라는 먼저 2점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내 날카로운 공격을 성공시키며 흐름을 바꿨다. 2-3에서 '맏언니' 강영미가 2경기에 나섰다. 강영미는 오리앙 말로-브레통에게 연속공격을 허용했다. 강영미가 막판 1점을 만회하며 3-5로 추격했다. 3경기는 이혜인이 나섰다. 연속 동시타에 이어 멋진 공격을 성공시키며 4-4로 경기를 마쳤다. 스코어는 7-9.
4경기에 나선 강영미는 칸다사미와 3-3으로 비겼다. 10-12, 두 점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다시 에이스 송세라의 차례. 코랄린 비탈리와 만났다. 하지만 2-3으로 오히려 12-15로 점수가 더 벌어졌다. 6경기의 이혜인이 흐름을 바꾸는 듯 했다. 3-1로 앞서며 스코어를 줄였지만, 막판 두번의 공격을 허용하며 3-3으로 끝이났다. 스코어는 15-18.
강영미가 7경기에서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좀처럼 공격이 이어지지 않았다. 1-2에서 2-2로 경기를 마친게 위안이었다. 점수차는 그대로 3점. 컨디션이 좋은 이혜인이 나섰다. 하지만 스코어는 더욱 벌어졌다. 2-3. 합계 스코어는 19-23, 4점차. 마지막 주자 송세라의 어깨가 무거웠다. 송세라는 말로-브레통을 상대했다. 이른 시간 점수를 뽑았다. 불안한 프랑스 관중들이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이어진 동시타.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지만 오히려 카운터를 허용했다. 21-25, 다시 4점차. 낮은 공격을 성공시키며 다시 쫓아갔다. 또 다시 아래쪽을 노렸지만, 이번엔 상대가 간파했다. 또 다시 점수를 허용하며 사실상 승부는 결정이 났다. 송세라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27-27까지 추격했지만, 2점을 더 허용했다. 막판 추격전이 이어졌지만,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했다. 경기는 그대로 끝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선수들의 눈시울은 이미 붉었다. 강영미는 "최선을 다했다. 부담이 됐던 경기라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아쉽다.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동생들한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라고 했다. 송세라도 "긴장했던 상황이 많이 나와 아쉽다. 원했던 결과가 아니었다.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밑에서 응원하던 최인정은 "우리가 금메달 딴다고 하고 왔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을텐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 밑에서 팀원들을 봤을때 정말 어떤 마음인지 아니까, 내가 도와줄 수 있는게 응원 밖에 없었다. 비록 경기는 안뛰었지만, 연습한거 다 했을거라 생각하고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최인정의 진심 어린 위로에 선수들 모두 눈물을 흘렸다. 최선을 다했기에 흘릴 수 있었던 눈물이었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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