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구세주’… 아직은 물음표
국내 개봉 5일 만에 108만 관객 모아
북미에선 첫주 2억500만弗 수익 얻어
초반 성적 좋지만 내용·완성도선 비판
높은 진입장벽·무리한 세대교체 반작용
멀티버스 의존 등 기존 문제 해결 못해
데드풀은 부진에 빠진 마블의 영웅 서사를 구원할 수 있을까. B급 유머와 촐싹댐이 특징인 데드풀이 지난 24일 신작 ‘데드풀과 울버린’으로 돌아왔다. 진중한 히어로 울버린과 함께다. 이 영화에서 데드풀은 감격에 겨워 이렇게 말한다. “내가 마블의 예수야.”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 내놓은 작품마다 신통찮았던 마블의 상황에 빗댄 말이다.
국내보다 이틀 늦게 개봉한 북미 반응도 좋다. 개봉 첫 주 2억500만달러(약 2840억원)의 오프닝 흥행 수익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세계 시장에서는 4억3800만달러(약 6050억원)를 벌어들였다.
영화 내용과 완성도에 대해선 반응이 크게 갈린다. CGV 에그 지수는 30일 기준 83%까지 내려갔다. 마블 영화를 가볍게 봐온 일반 관객 사이에서는 이야기에 빠져들지 못하겠다거나 데드풀의 끝없는 수다가 과하다는 후기가 나온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B급 정서 가득한 소시민이던 데드풀의 캐릭터가 망가지다 보니 기본적으로 내러티브가 부족하다”며 “마블 코믹스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소비하는 데 급급해 이야기가 산으로 갔고, 마니아가 아닌 일반 관객까지 확장하기에는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이 작품은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다. 마블 영화는 물론 2000년대 초반 폭스사의 히어로 영화들에 추억이 있어야 반가울 요소가 많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 드라마도 참고해야 한다. 라이너 영화 평론가는 “마블의 위기 원인 중 하나는 높아진 진입장벽에 대한 피로감인데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를 극복하기는커녕 더 강화해버렸다”며 “이런 진입장벽은 데드풀의 농담으로만 존재해야지 작품의 주된 스토리 전개에 장벽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보기 전에 공부해야 하고, 보고 나서도 복습해야 하는 부담감이 굉장히 큰 작품인데 그 정도까지 할 만한 매력은 없는 영화”라며 “관객은 오락성과 카타르시스를 기대했을 텐데 끊임없이 공부하라, 공부하라 하니 숨이 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관객이 아닌 마블 골수팬은 만족스러울까. 이 역시 의견이 갈린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마블의 다리 역할을 하는 영화 같다”며 “마블 마니아에게 사과하는 듯한 내용이 있다 보니 ‘그래도 한 번 더 믿어보자’는 심정이 들게 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반면 라이너 평론가는 “마블의 위기 요인은 진입장벽, 기존 레귤러 멤버들의 은퇴·순직 등으로 무리한 세대교체를 강행한 데서 오는 강한 반작용, 지나친 ‘멀티버스’ 의존”이라며 세 요소 모두 해결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의 구세주로서 실패했다”며 “오히려 마블 영화의 참담한 현주소를 담담히 드러내고, 그걸 농담으로 승화한 정도의 역할만을 수행했다”고 결론 내렸다.
정지욱 평론가는 “‘데드풀과 울버린’은 구세주라기보다 올드팬을 위한 립서비스이지 않을까”라며 “마블의 구세주라면 그들만을 위한 구세주에 불과할 듯하다”고 평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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