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표현 빠진 사도광산 전시에도 외교부 “실제 자료로 알리는 데 집중”
일 정부, 2021년 국무회의서 “표현 부적절” 입장 뒤집어
정부가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조건으로 합의한 일본의 후속 조치물에 조선인 노동의 ‘강제성’을 나타내는 표현이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일본이 2015년 군함도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강제노동’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번엔 강제성을 실제 자료로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은 당시 하루도 안 돼 강제노동 표현이 강제동원을 인정한 건 아니라고 부인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2015년 (일본 측) 발언문을 통해 강제성이 확보된 만큼 이번엔 여러 가지 사실을 통해 (강제성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협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지난 27일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키로 결정했다. 한국은 일본이 조선인 노동자의 강제동원 역사를 설명하는 전시물을 사도광산 인근에 설치하고, 추도식을 매년 개최키로 합의함에 따라 등재에 찬성했다. 그러나 설치를 마친 전시관에서 ‘강제’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WHC 회의에서 일본 측은 “WHC에서 채택된 모든 관련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을 명심할 것”이라고만 했다.
외교부는 일본이 언급한 ‘WHC 모든 결정과 약속’에는 2015년 7월 군함도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 측 수석대표의 발언도 포함된다고 했다. 당시 일본 측 수석대표는 “1940년대 일본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끌려와 가혹한 조건하에 강요된 노동(forced to work)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 정부가 군함도 등재 때 자국 대사의 발언을 한국과 달리 해석했다는 점이다. 기시다 후미오 당시 외무상(현 총리)은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2021년 4월 각의(국무회의) 결정에서 “국민징용령에 의한 한반도 출신 노동자에 대해 ‘강제연행’ ‘강제노동’이란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일본의 이런 인식이 이번 사도광산 전시공간에도 그대로 투영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시물에는 강제동원된 조선인을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고 지칭했다. 전시공간에 있는 “1938년 4월 공포된 국가총동원법에 따른 국민징용령으로 모집, 관 알선, 징용이 한반도에 도입됐다”는 문장도 강제동원이 합법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소한 강제성의 맥락을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객관적 사료와 함께 피해자의 증언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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