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이’ 메달리스트 됐다...신유빈·임종훈, 탁구 혼복 동메달

파리/장민석 기자 2024. 7. 3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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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탁구 12년만에 메달 획득
임종훈 입대 20일 앞두고 면제
임종훈과 신유빈이 3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 홍콩의 웡춘팅-두호이켐 조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동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신유빈(20)·임종훈(27) 조가 한국 탁구에 12년 만에 귀중한 메달을 안겼다.

세계랭킹 3위 신유빈-임종훈 조는 3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홍콩의 웡춘팅-두호이켐 조(4위)를 4대0(11-5 11-7 11-7 14-12)으로 꺾었다. 득점이 날 때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한 쪽 팔을 들고 환호한 두 선수는 동메달이 확정되자 포옹하며 포효했다.

신유빈-임종훈 조는 1세트를 11-5로 손쉽게 따냈다. 2세트는 접전으로 흐르다 신유빈-임종훈 조가 막판 힘을 내며 11-7로 승리,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섰다. 두 선수는 3세트에서도 7-4까지 점수를 벌리며 우위를 가져갔다. 결국 11-7로 3세트까지 가져갔다.

신유빈-임종훈 조는 4세트 들어서 4-0으로 앞섰지만, 역전을 허용하며 7-9까지 밀렸다. 임종훈의 공격으로 8-9로 따라간 한국은 8-10으로 밀렸지만, 다시 9-10으로 따라붙었다. 결국 승부는 10-10 듀스로 향했다. 10-11로 밀린 한국은 거센 랠리 끝에 다시 11-11 듀스를 만들었다. 양 팀이 1점씩 주고받아 12-12 듀스. 한국이 다시 13-12로 앞섰고, 14-12로 승리를 확정했다.

한국 탁구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유승민(현 대한탁구협회장), 주세혁(현 남자 대표팀 감독), 오상은(현 미래에셋 감독)이 나선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이후 리우와 도쿄 올림픽에선 노메달에 그쳤다. 올림픽 탁구는 2004년 대회 이후 남자 복식과 여자 복식을 치르지 않고 있고, 혼합 복식은 2020 도쿄 대회부터 열리고 있다. 복식으로만 따지면 신유빈-임종훈 조의 메달은 2004년 여자 복식 이은실-석은미 조 은메달 이후 20년 만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금메달에 이어 파리 올림픽을 통해 ‘복식 천재’로 거듭난 신유빈은 ‘탁구 신동’으로 일찌감치 이름을 알린 스타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탁구 클럽에서 채를 잡은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전국 대회에서 대학생 언니를 4대0으로 완파하며 화제가 됐다. 최연소 국가대표(2019년 만 14세 11개월)와 올림픽 탁구 최연소 출전 선수(2021년 도쿄올림픽)까지 승승장구했다.

시련도 있었다. 신유빈은 오른손 부상 피로골절로 핀을 박고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았다. ‘탁구를 못 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불안했지만 회복을 기원하는 팬들 응원에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긴 재활을 거쳐 다시 탁구대에 선 신유빈은 작년 더반 세계선수권에서 전지희와 짝을 이뤄 여자복식 준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이어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전지희와 호흡을 맞춰 여자 복식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여자 탁구가 중국의 메달 독식을 깨고 21년 만에 아시안게임에서 캐낸 금맥이었다. 그는 아시안게임 출전 종목에서 모두 입상(금1·동3)하며 한국 탁구의 대들보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신유빈은 지난 2월 부산 세계선수권에서 노메달로 부진하며 비판을 받았지만 꿋꿋이 올림픽을 준비했다. 지난 5월부터 랭킹 포인트 확보를 위해 브라질-슬로베니아-나이지리아-태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연이어 출전하며 강행군을 소화한 탓에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감기에 걸리는 악재를 만났지만 정작 취재진에겐 “괜찮다. 많이 회복했다”고 웃어보였다.

신유빈과 임종훈은 이번 대회에서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순항했다. 16강에서 까다로운 상대로 꼽힌 독일 조를 4대0으로 완파하더니 8강에선 세계랭킹 8위 루마니아 조도 4대0으로 제압했다.

특히 왼손잡이 임종훈은 29일 세계랭킹 1위 중국 왕추진-쑨잉사 조와 준결승에서 주특기인 백핸드를 앞세워 두 게임을 따내는 등 경기를 접전으로 이끌며 국내 탁구 팬들을 설레게 했다. 아쉬운 패배에도 둘은 경기 후 “잘 싸워도 진 건 진 것”이라며 “지금 할 일은 동메달 결정전을 잘 준비하는 것”이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홍콩 조를 상대로도 날카로운 공격을 뽐낸 임종훈은 선수 생활 20년만에 처음 선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감격을 맛봤다. 내달 19일 군 입대가 예정돼 있었던 그는 이 동메달로 병역 특례 혜택을 받게 됐다.

2017년 국가대표에 합류해 자카르타·팔렘방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한 그는 간절했던 첫 올림픽을 위해 지난 3년 동안 오로지 진전선수촌과 대회장만 오가며 훈련에 매달렸다. 부모님과도 생일에 딱 하루 선수촌 인근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잠시 얼굴을 본 게 전부일 정도였다.

단식에 출전할 수 있었지만 혼합복식에 집중한 게 메달의 원동력이 됐다. 올림픽을 앞두고 임종훈은 “작년 3월 싱가포르 대회에서 일본 조를 꺾은 뒤 ‘이 정도면 마음먹고 혼합복식만 해도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냉정하게 세계 1위 중국 왕추친 만큼 실력이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2022년부터 혼합복식 조를 이뤄 세계 톱 랭커로 진입한 둘은 올림픽 전부터 찰떡 케미를 자랑했다.

신유빈은 “종훈 오빠는 제가 실수해도 왜 그랬냐 이런 말 없이 ‘이렇게 하면 더 좋았겠다’, ‘다음에 이렇게 해보자’ 정도로 말하며 혼내지 않아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임종훈도 “유빈이가 남자 선수만큼 어떤 기술도 해낼 수 있어서 무리하지 않아도 되고 워낙 잘하고 있어 화낼 일도 없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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