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 전혀 불행하지 않아”

펜싱 여자 사브르 최세빈
세계 랭킹 1위 꺾었지만
동메달 결정전서 1점 차 패
“단체전은 다를 것” 자신감

최세빈이 30일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 3·4위전에서 아쉽게 패한 뒤 피스트에서 내려오고 있다. 파리 | 연합뉴스

크게 앞서던 경기를 내줬다. 메달까지 단 4점을 남겨두고 상대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점수차가 줄어들면서 조급해졌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최세빈(24·전남도청)은 30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동메달 결정전에서 우크라이나의 올하 하를란에게 14-15로 졌다. 메달이 손에 닿을 듯한 거리까지 왔는데 끝내 거머쥐지 못했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온 최세빈의 표정에선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즐기자고 말은 했지만 메달을 못 따니까 아쉽긴 아쉽다”고 했다. 최세빈은 이번 대회 전까지 올림픽에서 4위를 한 선수는 안쓰럽고 불행할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4위가 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아쉽긴 해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메달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막상 4위를 하니까 많이 얻어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상위 랭커 선수들과 시합을 해서 더 좋았다”며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스스로를 많이 의심했다. 주변 사람들이 다 저를 믿어도 제가 저를 못 믿었는데 앞으론 나 자신을 더 믿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최세빈은 첫 번째 올림픽인 파리에서 사브르 개인전에 출전한 32명 중 네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전까진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세계랭킹 24위 최세빈은 16강전에서 현 세계랭킹 1위 에무라 미사키(일본)를 15-7로 완파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8강에선 대표팀 동료 전하영(23·서울시청)을 상대로 1피리어드까지 1-8로 밀리다가 2피리어드에서 15-14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그리던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최세빈 자신과 한국 여자 사브르의 밝은 미래를 확인했다. 그는 “오상욱 선수처럼 파이널 피스트에 서면 되게 멋있겠다고 생각했다. 다이어리에 그런 바람을 적었는데 이뤄져서 좋다”며 “상위 랭커와 많은 경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라고 전했다.

개인전 일정을 마무리한 최세빈은 8월3일 오후 8시 시작하는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 참가한다. 그는 “한국 선수들은 혼자보다 다 같이 할 때 더 세다”며 “합심해서 준비 많이 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아쉽게 메달을 놓친 최세빈의 4년 뒤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4년 뒤에도 올림픽에 나갈 수 있으면 감사할 것 같다”며 “그땐 제가 저를 가장 믿는 선수였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