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선거 사기” 성난 시위대, 차베스 동상도 깨부쉈다
지난 28일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3선 고지에 오른 니콜라스 마두로(62)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좌파 정권의 독재에 항의하는 성난 민심이 전국적인 시위로 분출되고 있다. AP·로이터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알린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가 발표된 29일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베네수엘라 전역은 ‘마두로 퇴진’을 외치는 시민들의 행렬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일부 지역에선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의 동상을 넘어뜨리며 분노를 표출하는 이들도 나왔다.
◇”내 표 훔쳤다” 일파만파 번지는 분노의 시위
29일 수도 카라카스엔 수천명 규모의 시위대가 거리를 메웠다. 이들은 “(마두로가) 내 표를 훔쳤다” “이 정권은 무너질 것”이라고 구호를 외치며 냄비·프라이팬을 막대기로 두드리는 이른바 ‘카세롤라소(cacerolazo)’ 시위를 벌였다.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좌파 정권의 집권이 연장된 것에 대한 분노를 격렬한 소음으로 표출한 것이다.
카라카스 시위 행렬에 동참한 데이커 보아다스(18)는 미 NPR에 “더는 이 정부를 견딜 수 없다”며 “이것(대선)은 사기였다. 마두로는 어디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고 했다.
북서부 팔콘주(州)에서 시위대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동상을 넘어뜨리는 영상이 X(옛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차베스는 마두로 대통령의 전임자로 집권 시절 무리한 포퓰리즘 정책과 기간산업 국유화로 자원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 경제를 수렁에 빠뜨린 장본인으로 지목된다. 2013년 차베스가 사망하고 후임에 오른 마두로는 차베스의 포퓰리즘 등 정치 철학을 일컫는 ‘차비스모’를 계승하겠다고 천명해왔다.
현지 경찰이 도시 전역에 대규모 배치됐고, 주 방위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며 무력 진압에까지 나섰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친(親)마두로 비정규 군사 조직인 콜렉티보스가 시위자들을 향해 발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현지 인권단체 ‘포로 파넬’ 등에 따르면, 북서부 야라카이주에서 시민 한 명이 진압대와의 충돌 과정에서 사망했고 각지에선 부상자도 속출했다.
◇세계 각국도 부정선거 의혹 제기
국제사회도 마두로 정권의 부정선거 의혹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29일 브리핑에서 “(베네수엘라 선거 당국이 발표한) 대선 결과는 베네수엘라 국민 의지와 표심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마두로 정권은 (야권) 탄압 및 선거 조작에 가담하고, 선거구별 세부 투표 결과 등 발표 없이 당선자를 선언해 선거 결과 신뢰성을 스스로 박탈했다”고 했다. 사실상 이번 베네수엘라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마두로 정권의 정당성을 불인정한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투표소별 개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베네수엘라와 함께 좌파 진영을 형성하며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중남미 국가들도 마두로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의 브라질 행정부는 “우리는 (베네수엘라 대선) 개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결과에 대한 공정한 검증으로 국민주권의 기본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고 밝혔다.
◇마두로, 선거 결과에 의문 품는 외교관 철수시켜
마두로 정권은 곳곳에서 솟구치는 문제제기의 싹을 자르겠다는 입장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대선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중남미 7국 외교관들을 자국으로 철수시켰다. 아르헨티나·칠레·코스타리카·페루·파나마·도미니카공화국·우루과이 등 중남미 국가 외교관들은 ‘베네수엘라 내정에 간섭했다’는 이유로 현지 정부의 철수 요청을 받았다.
베네수엘라 검찰은 아예 마두로가 아닌 야권 측이 되레 ‘선거 조작’을 시도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타레크 윌리암 사브 검찰총장은 이날 회견에서 “북마케도니아로부터 (개표 시스템) 해킹 시도를 포착했다”며 “야권 후보를 돕기 위한 시도로 보고 수사 중”이라 밝혔다고 메르코프레스 등 남미 매체가 전했다.
앞서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지난 28일 치러진 대선 개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51% 득표율로 야권 연합 후보(44%)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선관위 발표 직전에 공개된, 마두로 대통령의 득표율이 야권 후보에게 두 배 이상 뒤처졌다는 미 여론조사 기관 자체 출구조사 결과와 배치된 결과였다. 선관위는 실시간 개표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시민단체 참관도 불허했다.
야권 측은 자체 집계 결과 야권 후보였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가 마두로에게 350만표 이상 앞섰다며, 선관위 개표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마두로 ‘충성파’로 꼽히는 엘비스 아모로소가 수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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