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악당들이 후원사?…파리올림픽 ‘그린워싱’ 눈총

이준희 기자 2024. 7. 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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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올림픽'을 표방한 파리올림픽이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대회 기간 각종 탄소 저감 조처를 시행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윤 창출과 핵심 후원사의 이미지 세탁을 위해 올림픽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저탄소 올림픽으로 치르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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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 16세가 처형된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 스케이트보드 경기장이 설치됐다. 파리/AFP 연합뉴스

‘저탄소 올림픽’을 표방한 파리올림픽이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대회 기간 각종 탄소 저감 조처를 시행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윤 창출과 핵심 후원사의 이미지 세탁을 위해 올림픽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더해 근본적으로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 자체가 친환경적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기후단체 ‘멸종저항’ 활동가 45명은 2024 파리올림픽 개막 이틀째인 2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멸종저항은 이날 거리에서 올림픽의 환경 파괴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시위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들을 연행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이처럼 기후단체 활동가가 보안을 이유로 체포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멸종저항 쪽 변호사 알렉시 보들랭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이 광범위하게 오용되고 있다”고 했다.

기후활동가들이 파리 곳곳에서 체포되며 올림픽의 그린 워싱 논란도 커지고 있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저탄소 올림픽으로 치르겠다고 공언했다. 탄소 배출량을 종전 올림픽 평균의 절반 수준인 175만톤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직위는 경기장의 95%를 기존 시설 및 임시 기반 시설로 이용했다. 신규 건물은 대회가 끝난 뒤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필요 시설만 지었다. 숙소나 버스에는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고, 선수촌에 채식 식단도 대폭 늘렸다.

파리 시내에 떠오른 열기구 성화대. 이번 열기구 성화는 엘이디(LED)와 물안개를 이용해 점화된 듯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그간 성화가 화석연료를 사용해온 것에 착안해 이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파리/연합뉴스

기후단체와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올림픽과 기후변화에 대해 연구해온 줄스 보이코프 미국 퍼시픽대학(오리건) 교수는 미국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기고를 통해 “학자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스포츠계 그린 워싱의 주범이라고 결론지었다”며 “후원사 코카콜라는 세계 최대 플라스틱 쓰레기 생산자이고, 도요타는 배기가스 관련법 위반으로 1억8천만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삼성은 새로운 기후 기구(New Climate Institute)와 탄소시장 감시단(Carbon Market Watch)으로부터 그린 워싱으로 지목됐다”고 했다.

실제 조직위가 후원사의 이미지 세탁을 위해 과장된 정보를 뿌리다가 언론 보도로 밝혀진 사례도 있다. 조직위는 이번 올림픽에서 코카콜라가 음료 1800만개를 준비하고, 이 중 900만개가 급수대 설치, 유리병 배포, 재활용 가능 컵 배포 등의 방식으로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프랑스 매체 ‘바키타’는 조직위 내부 문건을 입수해 “실제로는 이 900만개의 음료 중 600만개는 일회용 플라스틱병에서 나올 것”이라고 폭로했다.

친환경 올림픽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일부 연구에선 올림픽 탄소 배출량의 85%가 선수, 관중 등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본다. 이를 줄이려면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주최 도시가 관광 수입과 중계권 수익 등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 16개 올림픽의 지속 가능성을 연구한 논문인 ‘올림픽의 지속가능성 평가’(2021년·마르틴 뮐러 등) 저자들은 “대회 규모를 크게 줄이고, 올림픽을 같은 도시들 사이에서만 순환하면서 치르며, 지속 가능성을 평가할 표준을 개발하고 이를 모니터링 및 시행할 독립기관을 만들거나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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