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덕이 원래 3번 사수… 올림픽 직전 막내 순서 바꿔준 형들의 배려

문지연 기자 2024. 7. 3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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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남자 리커브 단체 준결승 중국과의 경기에서 김제덕이 활을 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단체전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남자 양궁 대표팀이 대회 출전 직전 발사 순서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배경엔 막내의 부담감을 살핀 형들의 배려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완벽한 시너지를 만들어내게 됐다.

김우진(32·청주시청), 김제덕(20·예천군청), 이우석(27·코오롱엑스텐보이즈)으로 이뤄진 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프랑스를 세트 점수 5대 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와 2020 도쿄에 이어 3연패다.

이날 전 경기 발사 순서는 이우석·김제덕·김우진 순이었다. 이우석은 결승전에서 쏜 모든 화살을 10점에 꽂아 넣으며 ‘텐텐텐텐텐텐’을 기록했다. 쾌조의 출발을 알린 완벽한 경기력이었다. 두 번째로 나선 김제덕은 특유의 넘치는 열정으로 단단한 허리를 맡았다.

맏형 김우진은 가장 부담감이 큰 역할을 누구보다 평온한 모습으로 소화해 냈다. 통상 단체전에서 3번 사수는 제일 어렵고 압박감이 심한 자리로 꼽힌다. 마지막 발로 승부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리드하고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실수하면 한순간에 역적이 될 수 있다.

원래 이 세 번째 자리는 막내 김제덕이 맡았었다. 같은 멤버로 출전한 작년 월드컵 시리즈에선 김우진·이우석·김제덕 순서로 활을 쐈고, 지난 4월 파리올림픽 선발전 멤버로 세 선수가 뽑혔을 때도 이 순서를 유지했다. 김우진은 기선 제압과 빠른 슈팅 타이밍을 가져가야 하는 1번 사수였던 것이다.

남자 양궁 대표팀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메달과 손가락으로 대한민국의 101번째 금메달을 표현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제덕, 김우진, 이우석. /뉴스1

하지만 파리올림픽 직전 전략을 바꿨다. 지난 5월 경북 예천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부터 이우석·김제덕·김우진 순서가 됐다. 막내의 부담감을 배려한 결정이었다. 이우석은 “김제덕이 3번으로 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며 “나도 소속팀에서 1번과 3번을 다 맡아봤기 때문에 (순서를) 변경해 보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김우진도 “내가 원래는 첫 번째 주자를 맡았다. 3번이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맏형으로서 다른 선수들이 좀 더 편하게 쏠 수 있게 하자는 마음이었다”며 “저는 사실 어떤 자리가 편하고, 어떤 자리가 불편하고 이런 게 없다. 그냥 3번으로서 제가 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3명이 다 고르게 잘 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만회하려고 하면 안 된다. (다른 두 명이) 나눠 가지면 된다”며 “단체전에서는 앞 사람이 실수하면 뒷사람이 더 잘해주면 되고 그다음 사람이 더 잘해주면 된다. 그런 부분들이 오늘 잘 나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또 한 번의 올림픽 역사를 써 내려간 우리나라 양궁 대표팀은 내달부터 다시 메달 사냥에 나선다. 남은 종목은 남녀 개인전과 혼성 단체전이다. 금메달 결정전은 오는 8월 2일 혼성 단체전, 3일 여자 개인전, 4일 남자 개인전 순서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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